2009년 11월 02일
핑계의 무덤
지난 4년 내내 나는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의 절묘함에 거듭 감탄해 왔다.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두들겨야 한다는 신조(?)로 날이면 날마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멍드는 밤을 연출하는 폭력 남편부터 제 자식을 앵벌이 시켜 벌어온 돈 가지고 피시방에서 날을 지새우는 아버지까지, 정상적인 사고의 범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선보이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 나름의 핑계가 없었던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마누라가 새벽 세 시에 술이 취해서, 외간 남자 차타고 돌아와서는 집 앞에서 빠이빠이~~하는 걸 보면 PD님은 눈 안 뒤집히겠습니까.” 열변을 토하는 폭력 남편의 핑계는 짐짓 그럴싸했다. 가슴을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편이란 인간이 몇 년째 백수 생활을 하며 술이나 퍼먹는 재주만 길러서 아내가 식당 일을 나가며 근근이 일상을 꾸리고 있으며, 새벽에 외간 남자의 차를 타고 귀가한 진상이란 식당 회식 날, 식당 사장님이 아줌마들 집에 일일이 태워 주었던 것에 대한 트집이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적장애자를 데리고 소처럼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기는커녕 수급비까지 챙기고 있었던 주인은 왜 월급 한 푼 주지 않고 수급비까지 가로채느냐는 질문에 ‘가족같이 지내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고용인이 아니라 가족이니, 그 수급비도 가족이 함께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을 부려 온 사람에게 먹여 온 개밥만도 못한 식사와, 썩어가는 냄새 등천하는 숙소 앞에서 그 핑계는 처참하게 낯을 잃었다.
부모를 상대로 폭행을 일삼아 온 패륜아 경우는 조금 더 맹랑하다. 바깥에서는 자기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던 이 이중생활자는 내가 그러는 걸 당신들이 봤냐며 대들었다. 머리가 천정에 닿도록 뛰며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우리가 확보한 영상을 들이밀었더니 다음 반응은 이랬다. “이건 내가 아니에요.” 그리고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내가 이렇게 된 건 부모님 탓이에요”라는 새로운 핑계로 우리를 경악시켰다. 또 자신의 행동이 결국 부모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불러들였다는 사실은 깡그리 차치하고서 왜 당신들이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를 고발하겠다고 분연히 일어서서 좌중을 놀라게 했었다.
핑계란 것이 그렇다. 핑계를 대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극히 그럴싸하고 누구나 믿어 줄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켜보자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가면에 불과한 것이다. 바보스러운 건지 뻔뻔스러운 건지 알 길은 없지만, 투명한 유리 가면을 귀에 걸어 그 주근깨투성이 얼굴과 뻐드렁니가 선연히 드러나 보이는데도 ‘영구 없다’를 부르짖는 ‘영구’들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어설픈 영구 흉내가 폭력 남편 등 ‘상식의 범위에서 벗어난’ 인사들의 전유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명함을 지닌 분들의 행동 패턴으로 전용될 때, 또 한 번의 아연실색을 경험하게 된다.
연예인 김제동씨가 긴급하게 MC 자리를 내놓아야 한 데 대한 핑계로 '식상함‘이 들먹여졌다. 26년 한 프로그램의 MC로 지내왔던 허참씨도 날아가는 판인데 그 정도면 오래 했다는 핑계도 덧붙여졌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번 국정 감사 때 안형환 의원이 “정치적 좌우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을 제작진이 감당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라고 질문한 데 대해 고개를 끄덕여 주심으로서 그만 그 뻐드렁니가 드러나고 말았다. 자신의 잘못과 처지는 쏙 뺀 체 새벽 3시와 외간 남자 등 몇 개의 단어만으로 두들겨 맞을 죄를 구성했던 남편의 팔뚝질처럼.
‘백분 토론’ 손석희씨의 하차에 대한 핑계는 ‘고비용’이었다. 7년여 동안 무리와 물의 없이 토론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으며 언론인의 롤 모델로 즐겨 선정되던 MC가 그나마 2년 간 동결되었던 MC료 때문에 자리를 내놓아야 할 만큼 해당 방송사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 진 것일까.
어떤 분은 방송에다 대고 “출연료 좀 깎지 그래요.”라고 충고(?)까지 하시던데 MC료 때문에 그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핑계’ 말고 조금 더 그럴 듯한 사연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가족이니까 월급은 물론 수급비도 같이 써야 된다고 우기면서 개밥에 쓰레기집을 제공했던 촌로들보다는 세련된 핑계를 제시하는 것이 서로의 체면에 좋지 않았을까.
법질서를 수호하느라 험한 일 궂은 일 가리지 않아서인지는 모르나 경찰의·총수께서 시전하시는 핑계의 내공도 만만치 않았다. 시위 진압을 지휘하면서 “인도에 있는 것들까지 다 소탕하라”는 명령을 서슴없이 내리고, 그들은 ‘잔당’으로 규정하는 감동적인 용기의 발산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 앞에서 경찰청장님의 1차적인 대응은 “내 목소리가 아니다”였다고 한다.
오호라 경찰청에도 가게무샤가 있었던가. 그래서 위험한 시위 현장에는 경찰청장님을 대신하여 출동하고 무전기에 악 쓰는 누군가가 존재한단 말인가. 설사 그래도 그렇지. 대한민국 12만 경찰의 총수께서 어찌 변두리 동네 골방에서 부모 속 뜯어먹고 사는 패륜아와 동일한 수준의 핑계를 끌어대실 수 있단 말인가. 점입가경의 핑계 릴레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최종 주자이자 화룡점정의 점박이는 자전가로 출퇴근하시기로 유명한 건각 유인촌 장관님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대한민국의 언론의 자유를 가나보다 못한 69위로 낙제점을 매겼을 때 왕년에 그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도 언론 자유가 숨넘어간다고 소동을 벌였던 조중동은 무안해서인지 뻔뻔스러워서인지 고요히 침묵을 지킨 반면 장관님께선 “국경없는 기자회에 항의하겠다.”고 기염을 토하신 것이다. 1인 시위를 벌이는 학부모에게 “세뇌되셨네,”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교양과 “찍지마 XX"을 서슴없이 내지르던 결기가 뭉쳤으니 국경없는 기자회여 삼가 두려워할지라. 엄마 두들겨 패고 살던 패륜아가 나를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때의 그 황당함에는 갖다 댈 것도 아닌 저 분기탱천을 뉘라서 감당할 수 있으랴.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닌” 시절부터 “탁 치니 억”하고 사람이 죽었다는 해외토픽을 거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연애담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말 같지도 않은’ 핑계의 홍수 속에 살아왔다. 거기에 ‘식상하고 고비용’이라는 핑계 이하의 핑계로 프로그램을 훌륭히 이끌어온 방송인들의 자리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광경을 보태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청장은 경찰 조직의 녹취록 속 본인의 육성을 이건 내가 아니라고 부르짖었고, 정권 바뀐 지 2년 만에 스물 두 계단이나 굴러 떨어진 언론 자유 순위에 대해서는 핑계조차 댈 것도 없이 “항의하겠다.”고 장관이 뻗대는 가관 또한 감상하게 되었다. 뭐 대략 이 지점만 와도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네가 만약 나라면 넌 믿을 수 있니?”라고 옛 노래가 절로 흘러나오겠거니와, 지난 목요일 오후 나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범접하고 싶은 핑계의 절정 고수의 초식에 기함을 하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이 대리 투표한 것도 인정되고, 법안 표결 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것도 맞고, 분명히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사 결정권을 침해당한 것도 분명한데, 그 엉망진창밭을 통과한 법안은 유효하다는 헌법 재판소의 선언이 그것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이 뻔히 보이는 핑계를 대는 정도의 하수들은 꿇어 엎드릴 것이고, 전혀 그럴 법 하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기를 쓰고 우겨대는 부류들도 경배하며 찬양할 터이며, 이건 내가 아니라고 부르짖은 경찰청장님은 “목소리는 내가 맞는데 하여간 나는 아니었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였음을 머리 쥐어 뜯으며 한탄하리라.
자신들의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를 동원하기는커녕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어떻게 법적 절차에 어긋나는지를 조목조목 밝혀 주신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유효하다고 결론 내린, 실로 거룩하기까지 한 ‘헌법 재판’ 앞에서 나는 넋과 기운과 할 말을 트리플로 잃는다. 차라리 “야당 의원들이 투표방해를 했으니” 원인 무효라든가, 하다못해 “대리투표를 한 자의 지문을 모니터에서 찾을 길이 없다”라든가, 정히 안되면 모든 걸 다 거부하고 “이건 헌재가 할 일이 아니라”고 파업을 해 버리는 것이 나았으리라.
어떻게 법을 밥벌이삼아 평생을 지내 왔고, 그 중에서도 관록과 능력을 인정받아 헌법 재판관으로 뽑힌 이들의 입에서 “과정은 불법이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말 아닌 말이 엄숙하게 흘러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이들의 핑계를 받아 줄 무덤은 과연 있을까.
“마누라가 새벽 세 시에 술이 취해서, 외간 남자 차타고 돌아와서는 집 앞에서 빠이빠이~~하는 걸 보면 PD님은 눈 안 뒤집히겠습니까.” 열변을 토하는 폭력 남편의 핑계는 짐짓 그럴싸했다. 가슴을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편이란 인간이 몇 년째 백수 생활을 하며 술이나 퍼먹는 재주만 길러서 아내가 식당 일을 나가며 근근이 일상을 꾸리고 있으며, 새벽에 외간 남자의 차를 타고 귀가한 진상이란 식당 회식 날, 식당 사장님이 아줌마들 집에 일일이 태워 주었던 것에 대한 트집이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적장애자를 데리고 소처럼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기는커녕 수급비까지 챙기고 있었던 주인은 왜 월급 한 푼 주지 않고 수급비까지 가로채느냐는 질문에 ‘가족같이 지내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고용인이 아니라 가족이니, 그 수급비도 가족이 함께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을 부려 온 사람에게 먹여 온 개밥만도 못한 식사와, 썩어가는 냄새 등천하는 숙소 앞에서 그 핑계는 처참하게 낯을 잃었다.
부모를 상대로 폭행을 일삼아 온 패륜아 경우는 조금 더 맹랑하다. 바깥에서는 자기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던 이 이중생활자는 내가 그러는 걸 당신들이 봤냐며 대들었다. 머리가 천정에 닿도록 뛰며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우리가 확보한 영상을 들이밀었더니 다음 반응은 이랬다. “이건 내가 아니에요.” 그리고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내가 이렇게 된 건 부모님 탓이에요”라는 새로운 핑계로 우리를 경악시켰다. 또 자신의 행동이 결국 부모님으로 하여금 우리를 불러들였다는 사실은 깡그리 차치하고서 왜 당신들이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를 고발하겠다고 분연히 일어서서 좌중을 놀라게 했었다.
핑계란 것이 그렇다. 핑계를 대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극히 그럴싸하고 누구나 믿어 줄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켜보자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가면에 불과한 것이다. 바보스러운 건지 뻔뻔스러운 건지 알 길은 없지만, 투명한 유리 가면을 귀에 걸어 그 주근깨투성이 얼굴과 뻐드렁니가 선연히 드러나 보이는데도 ‘영구 없다’를 부르짖는 ‘영구’들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어설픈 영구 흉내가 폭력 남편 등 ‘상식의 범위에서 벗어난’ 인사들의 전유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명함을 지닌 분들의 행동 패턴으로 전용될 때, 또 한 번의 아연실색을 경험하게 된다.
연예인 김제동씨가 긴급하게 MC 자리를 내놓아야 한 데 대한 핑계로 '식상함‘이 들먹여졌다. 26년 한 프로그램의 MC로 지내왔던 허참씨도 날아가는 판인데 그 정도면 오래 했다는 핑계도 덧붙여졌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번 국정 감사 때 안형환 의원이 “정치적 좌우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을 제작진이 감당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라고 질문한 데 대해 고개를 끄덕여 주심으로서 그만 그 뻐드렁니가 드러나고 말았다. 자신의 잘못과 처지는 쏙 뺀 체 새벽 3시와 외간 남자 등 몇 개의 단어만으로 두들겨 맞을 죄를 구성했던 남편의 팔뚝질처럼.
‘백분 토론’ 손석희씨의 하차에 대한 핑계는 ‘고비용’이었다. 7년여 동안 무리와 물의 없이 토론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으며 언론인의 롤 모델로 즐겨 선정되던 MC가 그나마 2년 간 동결되었던 MC료 때문에 자리를 내놓아야 할 만큼 해당 방송사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 진 것일까.
어떤 분은 방송에다 대고 “출연료 좀 깎지 그래요.”라고 충고(?)까지 하시던데 MC료 때문에 그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핑계’ 말고 조금 더 그럴 듯한 사연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가족이니까 월급은 물론 수급비도 같이 써야 된다고 우기면서 개밥에 쓰레기집을 제공했던 촌로들보다는 세련된 핑계를 제시하는 것이 서로의 체면에 좋지 않았을까.
법질서를 수호하느라 험한 일 궂은 일 가리지 않아서인지는 모르나 경찰의·총수께서 시전하시는 핑계의 내공도 만만치 않았다. 시위 진압을 지휘하면서 “인도에 있는 것들까지 다 소탕하라”는 명령을 서슴없이 내리고, 그들은 ‘잔당’으로 규정하는 감동적인 용기의 발산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 앞에서 경찰청장님의 1차적인 대응은 “내 목소리가 아니다”였다고 한다.
오호라 경찰청에도 가게무샤가 있었던가. 그래서 위험한 시위 현장에는 경찰청장님을 대신하여 출동하고 무전기에 악 쓰는 누군가가 존재한단 말인가. 설사 그래도 그렇지. 대한민국 12만 경찰의 총수께서 어찌 변두리 동네 골방에서 부모 속 뜯어먹고 사는 패륜아와 동일한 수준의 핑계를 끌어대실 수 있단 말인가. 점입가경의 핑계 릴레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최종 주자이자 화룡점정의 점박이는 자전가로 출퇴근하시기로 유명한 건각 유인촌 장관님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대한민국의 언론의 자유를 가나보다 못한 69위로 낙제점을 매겼을 때 왕년에 그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도 언론 자유가 숨넘어간다고 소동을 벌였던 조중동은 무안해서인지 뻔뻔스러워서인지 고요히 침묵을 지킨 반면 장관님께선 “국경없는 기자회에 항의하겠다.”고 기염을 토하신 것이다. 1인 시위를 벌이는 학부모에게 “세뇌되셨네,”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교양과 “찍지마 XX"을 서슴없이 내지르던 결기가 뭉쳤으니 국경없는 기자회여 삼가 두려워할지라. 엄마 두들겨 패고 살던 패륜아가 나를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때의 그 황당함에는 갖다 댈 것도 아닌 저 분기탱천을 뉘라서 감당할 수 있으랴.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닌” 시절부터 “탁 치니 억”하고 사람이 죽었다는 해외토픽을 거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서”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연애담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말 같지도 않은’ 핑계의 홍수 속에 살아왔다. 거기에 ‘식상하고 고비용’이라는 핑계 이하의 핑계로 프로그램을 훌륭히 이끌어온 방송인들의 자리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광경을 보태게 되었다.
그리고 경찰청장은 경찰 조직의 녹취록 속 본인의 육성을 이건 내가 아니라고 부르짖었고, 정권 바뀐 지 2년 만에 스물 두 계단이나 굴러 떨어진 언론 자유 순위에 대해서는 핑계조차 댈 것도 없이 “항의하겠다.”고 장관이 뻗대는 가관 또한 감상하게 되었다. 뭐 대략 이 지점만 와도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네가 만약 나라면 넌 믿을 수 있니?”라고 옛 노래가 절로 흘러나오겠거니와, 지난 목요일 오후 나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범접하고 싶은 핑계의 절정 고수의 초식에 기함을 하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이 대리 투표한 것도 인정되고, 법안 표결 전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것도 맞고, 분명히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사 결정권을 침해당한 것도 분명한데, 그 엉망진창밭을 통과한 법안은 유효하다는 헌법 재판소의 선언이 그것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이 뻔히 보이는 핑계를 대는 정도의 하수들은 꿇어 엎드릴 것이고, 전혀 그럴 법 하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기를 쓰고 우겨대는 부류들도 경배하며 찬양할 터이며, 이건 내가 아니라고 부르짖은 경찰청장님은 “목소리는 내가 맞는데 하여간 나는 아니었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였음을 머리 쥐어 뜯으며 한탄하리라.
자신들의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를 동원하기는커녕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어떻게 법적 절차에 어긋나는지를 조목조목 밝혀 주신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유효하다고 결론 내린, 실로 거룩하기까지 한 ‘헌법 재판’ 앞에서 나는 넋과 기운과 할 말을 트리플로 잃는다. 차라리 “야당 의원들이 투표방해를 했으니” 원인 무효라든가, 하다못해 “대리투표를 한 자의 지문을 모니터에서 찾을 길이 없다”라든가, 정히 안되면 모든 걸 다 거부하고 “이건 헌재가 할 일이 아니라”고 파업을 해 버리는 것이 나았으리라.
어떻게 법을 밥벌이삼아 평생을 지내 왔고, 그 중에서도 관록과 능력을 인정받아 헌법 재판관으로 뽑힌 이들의 입에서 “과정은 불법이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말 아닌 말이 엄숙하게 흘러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이들의 핑계를 받아 줄 무덤은 과연 있을까.
# by | 2009/11/02 18:12 | 썸데이서울 - 이런저런 얘기들 | 트랙백(2) | 핑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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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를 위해서" 제자들을 성추행한 어떤
감독이 "그동안의 공헌을 고려해서" 집행 유예판결을
받을때 부터 뭔가 단단히 잘못돌아간다는 것을 느껴서
여지껏 듣지도 않을 소리를 내지르고 있지만
고쳐 질때까지 귀찮게 굴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죠. 가진 자는 그들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일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들의 무지라면 더더욱.
저 썩은 언론이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조여오게 될 것이라는 걸 모르는 자들의 거짓이라면 그것은 조금 위안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대해서는 현재 이오공감 중 <나는 '미디어법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찬성한다>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도 그냥 빠르게 쓰여져 나온 글만 읽고 주인장 님과 같은 생각이었다가, 그 글을 읽고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답니다.
그 10년 동안의 아쉬움을 단 2년만에 충족해 주신(?)
놀라운 능력에는 감탄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거기에도 핑계가 많았죠.
거기다 오해 까지 있어서
ㅡㅡ;;
무슨놈의 오해 가 그렇게 많은지... 소통을 위해서 라디오 방송까지 줄기차게 하시면서 그래도 오해라니..
뭐.. 그렇다는 겁니다.. 에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