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당신의 민주주의를 보여 주셔요 썸데이서울 - 이런저런 얘기들

 필리핀 국기는 두 가지입니다. 평소에는 파란색이 위에 얹어져 있지만, 나라가 전쟁에 휩싸이면 붉은 색이 위로 올라간 국기를 사용합니다. 전시의 깃발, 즉 War falg인 셈입니다. 1899년 아시아 최초로 공화국을 수립했던 필리핀인들은 저 깃발 아래에서 전혀 느닷도 뜽금도 없이 자신이 필리핀의 주인이라고 우기는 미군에 저항하여 장렬하게 싸웠습니다. 또 하나의 침략군 일본군이 열도를 장악했을 때에도 많은 필리핀인들이 수틀리면 뺨을 때려대며 자존심을 들부수는 오만한 일본군에 맞서서 총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싸울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그 피의 가치를 아는 이들이었습니다.



 

                                요것이 필리핀 전시의 국기입니다. 용기를 상징하는 붉은색이 위로 가죠.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해도, 마침내 그들의 독립 공화국이 출범했을 때, 필리핀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수립된 공화국의 긍지, 스스로의 주권과 독립을 위해 피 흘린 역사, 동남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높은 국민 교육 수준과 낮은 문맹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강력한 시민 단체, 뿌리 깊은 지방 자치의 전통 등이 그것들이겠지요. 이러한 인적 자원과 민주주의적 시스템은 당시 아시아 어느 국가도 갖추지 못한 것이었고 '아시아의 선진국'의 명성은 그것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겁니다.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과 국민 소득 우열을 다투던 대한민국에 와서 장충체육관을 지어 주었으며, 지금 미국대사관과 문화관광부로 쓰이고 있는 쌍둥이 건물을 세워 주었던 필리핀은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은 대관절 무엇 때문일까요.



 박정희가 있어서 한국이 발전했지만 마르코스가 있었기에 필리핀은 망했다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의견대로 페르난도 마르코스가 필리핀을 망친 역적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머리 속은 편하긴 한데 가슴 속은 좀 답답합니다. 그리고 마르코스가 몹시 억울해 할 것도 같습니다. 왜냐면 필리핀이 보여 준 답답한 답보의 책임은 '지도자'보다는 고인 채 썩어가는 연못과 같은 필리핀 체제에 순응했던 '피지도자', 필리핀 사람들 자신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의 정치 체제는 이익 집단이나 계급적, 직업적으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정치에 관심이 있는 개인들에 의해 조직화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상호 부조 관계를 가진 연결망에 의해 이뤄진다"는 미국 정치학자 란데가 이죽거린 것이 1964년의 일입니다. 마르코스가 대통령 자리를 찜하기 한참 전의 일이었지요. 그 1년 뒤에 심블란이라는 이름의 학자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의회 의원을 포함한 주요 관직 584개를 소수의 ‘가문’이 점유하고 있더라는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필리핀의 가문이란 80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여 남산에서 돌 뿌리면 열에 두서넛은 머리가 깨지는, 김해 김씨 같은 차원의 ‘가문’이 아닙니다.



 이 가문들은 스페인 통치 이래 필리핀을 지배해 온 유력 가문들이고 이 가문 출신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가문의 보호와 후원을 등에 업고, 가문의 지배 하에 있는 식구(?)들의 정치적 지지를 받아 자연스럽게 정치에 입문하고 자기들끼리의 독판을 형성해 갑니다. 그들의 입김과 입지를 빌려 가문은 더욱 번창하고 세력을 키워 갑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를 장악한 한 가문이 힘을 과시하고자 하루 정도 마닐라에 대정전을 일으켰다는 얘기까지 있으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들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앞서 길게 얘기했던 것처럼 필리핀은 일찍부터 민주주의적 제도가 확립된 나라였습니다. 적어도 ‘일반 민주주의’의 내용과 전통에 관한한 아시아 어느 나라 앞에 갖다 놔도 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부유하고 세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나와바리’를 구축하고 그 안의 가난한 유권자들의 ‘대부’가 되고 ‘묻지마’ 지지를 획득하는 순간, 그 민주주의는 상갓집 개도 물다가 뱉을 헝겊 막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1986년 마르코스의 명령을 받아 출동한 탱크를 온몸으로 저지하던 필리핀 사람들의 노란색 물결은 20세기가 남긴 명장면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사실 하나가 무뚝뚝하게 그 감격적인 장면을 뭉개 놓습니다. 민주주의의 적을 타도한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올 시스템에 대해서는 필리핀인들이 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고 할만한 상황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나는 못하는 것이 참 많다. 거짓말을 못하고, 속임수를 쓰지 못하며, 도둑질에 소질이 없다. 그 가운데 가장 못하는 거라면 정적을 죽이는 것이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명연설입니다. 거짓말하지 않는 대통령, 속임수 쓰지 않는 대통령, 도둑질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쟁쟁한 울림은 마르코스에게 질릴 대로 질린 필리핀 국민의 가슴에 파고들었고 위대한 피플 파워는 그녀를 필리핀 최초의 여자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라이벌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았고 어디서 많이 배워 온 듯한 부정선거를 태연하게 자행하던 마르코스 앞에서는 나는 거짓말 안하고 속임수 안 쓰고 도둑질 소질 없고, 정적을 죽이는 비겁함 따위는 죽어도 내 것이 아니라는 선언이 유용했고 또 필요했으며 감동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 역시 딸락 지방의 영주 코후앙코 가문 출신이었고, 그녀의 치적은 결코 가문의 영광을 훼손하지 못했습니다.



 한때 필리핀도 대장장이의 아들이며 스페인 이래의 귀족 가문이 아닌 말레이 인종 출신 (막사이사이)을 대통령으로 가져 본 나라입니다만, 귀족 가문의 득세는 날이 갈수록 더 강고해졌고, 아주 가끔 개천에서 난 용들마저도 포섭하여 자신들의 성가퀴로 삼아 버렸습니다. 6.25 당시 한국 지원을 강력히 주장했던 현 대통령 아로요의 아버지 마카파갈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지요. 그들은 결코 일반 민주주의를 부인하지 않으며, 선거의 원칙을 어기지도 않으면서, 그들에게 해롭지 않은 민주주의를 구축해 갑니다. 또 한편으로는 법 위에 군림하며 법의 이름으로 피지배자들을 억누릅니다. 자신의 보살핌(?)을 거부하고 "또 하나의 가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가차없는 보복을 서슴지 않지요.



 요즘 불현듯 드는 공포는 필리핀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앞서 있다고 삼척동자도 자부하는 우리가 엉뚱하게 필리핀을 따라 가고 있다는 예감에서 비롯됩니다. 공기업 선진화를 입에 달고 살고, 전력부터 공항까지 팔아치울 기세등등을 조마조마 보고 있을라치면,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전력을 끊는 필리핀이 아니 떠오를 수가 없지요. 재벌 총수 한 사람을 위해서 행정부 수반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어이없는 상황, 삼성에 밉보이면 죽는다는 상식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꼬락서니가 필리핀에서 빛나는 가문의 영광의 한 단면같이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이길 바랄 뿐이고 말이에요. 가난의 대물림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그 고리를 끊는 일이 파천황만큼이나 어렵게 인식되는 사회, 용은 4대 강쯤에서나 나는 것이 당연하고, 한때 오색빛깔 용들이 출몰했던 개천들은 특목고와 자사고와 어린쥐의 열풍 속에 죄다 복개된 나라라면 필리핀과 뭐가 얼마나 다르겠냐 이 말씀이에요. 그러면서 선거할 때는 악착같이 “우리 지역은 아무개당”이라고 찍어 댄다면 더 말할 것도 없구요.



 어따 대고 필리핀을 갖다 대느냐고 흥분하시진 마세요. 이야기 조금 더 남았습니다. 왕년의 국민 스포츠처럼 “이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아직도 3년 남은 이 정권이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싫은 건 저 뿐만이 아닌 듯합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이 갑갑한 정권에 한 방 먹이고, 홍세화 선생님 표현대로라면 “그 독주를 흔들어 놓아야” 한다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민주대연합이다 진보대연합이다 말씀들이 많으시잖아요.



 저는 우리나라가 필리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합을 묶어세우고 단결을 튼튼히 하는 끈이 일종의 안티 테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라손 아키노가 “거짓말 못하고, 속임수 못 쓰며, 도둑질에 소질 없고, 정적을 죽이는 일도 못한다”고 외친 것마냥 “운하 안 판다고 해 놓고 강 뒤집어 엎는 전과 14범은 싫으며, 퇴임한 대통령 말려 죽이고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이명박은 싫다”는 혐오감이 단결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겁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미 두 번씩이나 피플 파워로 민주주의의 적을 물리쳤습니다. 마르코스가 쫓겨났고 에스트라다가 아듀를 고했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건 뭐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슬프게 돌아갔을 때 그 영정 앞에 절하면서 굵은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옛 지지자로서의 미안함도 있었지만 더 큰 것은 노무현조차 용납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귀족 가문들의 성벽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이었습니다. 대체 이 벽을 어떻게 깨야 할까, 깨는 것은 언감생심 생채기라도 낼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요 누가 뭐라고 하든 그는 제게도 희망이었습니다. 치사하게 장인의 빨갱이 전력을 들이미는 이에게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일갈하던, 그리고 “정직하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던 그가 좋았었고, 그 뒤의 삽질 (용서하세요. 한미 FTA와 대연정만큼은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에도 불구하고 호감을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주었던 감동을 재연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엉뚱하게 YS를 찾아가서 YS 시계를 내밀며 소시쩍에 떠나가 버린 옛 사람의 그림자를 잡으려 했던 것이 우스꽝스러웠던 것처럼, 그가 꿈꾸었던 왕년의 민주화 운동 세력의 단결이라는 꿈이 허망했던 것만큼이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뭉치자”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뭉치는 것도 좋고, 단결도 지당합니다. 정말로 급하게 되면 지금부터 설레발 치지 않아도 이뤄질 일은 이뤄질 겁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한나라당이 참패한다면 그날 우리 팀 30명에게 거하게 한 잔 살 용의도 있습니다.


 
 그러나 뭉칠 수 있는 부분부터 뭉쳐야 하지 않을까요. 한미 FTA를 정권 차원의 업적으로 추진한 세력과 머리 깨지며 반대했던 정당이 하루 아침에 위 아 더 월드를 부르짖는다면 보는 사람 어지럽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그렇게 뭉치는 이유가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라면 그 모든 삽질에도 불구하고 40퍼센트를 한참 상회하는 지지율을 구성하는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이명박은 삽질이라도 하자고 하지요. 그럼 니들은 삽질 반대 말고 뭐할 건데? 라는 반문이 나오면 뭐라고든 그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하질 않겠습니까. 영면 중인 전직 대통령의 꿈을 끌어댈 겁니까?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노래할 겁니까? 김지하가 저리 된 세상에? 지역의 토호들에서 주사파라 불리우는 봉건 왕당파들,양심적 자유주의자들부터 사회주의자들까지 망라한 단결로 이 정권의 독주를 멈추면 그 뒤에는 신천지가 거하게 펼쳐질까요.



 저는 이 나라가 필리핀이나 남미가 되기보다는 북유럽같은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대략의 지향을 이야기한 것이고 북유럽 사민주의를  지상천국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되 그 자본이 합리적으로 통제되기를 바라고, 이 질식할 것 같은 천민 자본주의가 공명첩을 사든 납속을 하든 좀 품위 있는 양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자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형이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진보 정당의 의미와 가치는 거기에 있다고 믿는 바, 진보신당에 후원회비를 내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지지자가 아닙니다. 얼마든지 꼬시면 넘어갈만한 소지 다분하며,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얼마든지 말을 바꿔 탈 용의가 있는 민첩함을 갖춘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자. 단결하자는 분들게 질문 드립니다. 이번에 이겨야 너희들 판이 커진다는 대포는 그만 쏘아 주시고, 너희들끼리 잘 해 보라는 비아냥도 잠깐 거둬 주시고, 이 정권 하는 짓꺼리를 어찌 그냥 보고 넘기겠느냐는 비분강개 조금만 접어 주시고....... 당신의 민주주의는 어떤 것입니까? 당신의 민주주의를 보여 주세요. 필리핀이 부럽지 않게 변해 가는 이 나라, 돈 되는 것만 기억하는 이 드러운 나라를 어떻게 바꾸실 것인지요. Show me your democracy! 


덧글

  • 2010/01/14 19: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산하 2010/01/19 19:09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생각이 좀 많이 교차하며 올릴 포스팅입니다.
  • googler 2010/01/14 20:28 #

    북유럽의 현재 민주주의는 돈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가능했습니다. 노르웨이, 현재 유럽서 가장 부자국가, 그 옆 스웨덴, 지난 역사동안 세금 가장 많이 걷기로 세계서 유명한 국가, 그래서 지금 그 기반으로 유복하게 지낼 수 있구요, 그 아래 덴마크, 역시 역사적으로 부의 안정권을 위해 정책 동조했던 낙농국가. 북유럽은 이렇게 경제가 우선이었던 만큼 지금의 민주주의에 닿을 수 있었다는... 경제안정의 공정 없이 절대 참민주주의 이뤄질 수 없다는...

    피 터져서라도 경제안정 코드쪽으로 나라 기준을 맞춰야 북유럽 민주주의 따라올 수 있다는.... 아니면, 가난해도 걍 대범하게 뭐든 평화적으로 허허 웃고 교감해버리는 국민성 될 수 있다면 북유럽 민주주의 따라올 필요같은 건 없어지구요. 그 자체가 훌륭한 민주주의 기질이니까. 저는 이제 북유럽 시민인데 여기 와서 보니 한국과의 차이는 이들이 갈등해결을 유연하게 잘 한다는 거. 이거가 한국 사람들과 큰 차이인 거 같아요.
  • 유치찬란 2010/01/15 18:17 #

    음 북유럽이 돈이 많아서 오늘날 민주주의가 가능했다는 말은 단순히 동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경우엔 수세기 전부터 최첨단 기술을 구가한 국가이긴 하고 노르웨이도 그렇지만(이 세 국가같은 경우는 원래 잘 나갔었으니까요.) 핀란드 같은 경우는 설명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사실상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경우도 언제나 잘 살았냐고 말한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말해야 할 상황이라, 단순히 그곳이 돈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애초 이들 국가에서 사민주의라는 것이 이루어진 시작같은 경우 이들 국가내의 좌파가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포기하는 대신 복지와 교육시스템에 대한 최대한도의 정책적 구축과 높은 세금 때리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가능했기 때문이죠. (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만 그 당시는 이게 됬다는-_-ㄷㄷㄷ)
  • 페이비언™ 2010/01/16 03:14 #

    역으로 생각하면 일찍부터 발전한 북유럽의 민주주의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유럽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부유한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더 높은 성취를 보여준 건 아니니까요.

    말씀하신 갈등해결의 전통도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죠. 스웨덴의 경우 20c초만 해도 노동과 자본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들은 이 상황에서 극적인 대타협을 이룩하는 데 성공했기에 지금의 복지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정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 포스팅의 주장에 적극 동감합니다.
  • 산하 2010/01/19 19:09 #

    글쎄요... 돈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건.. 좀
  • 2010/01/14 22: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산하 2010/01/19 19:09 #

    감사합니다
  • satie 2010/01/14 22:54 #

    공감합니다

    깨놓고 말해서
    내일 아침 이명박님께서 비행기에서 낙하하시더라도
    내일 오후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도래하진 않겠죠
    제일 경계해야할 것이
    '모든 것을 누구누구'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것..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그리고 나서의 연합이 이루어지겠죠..

    그리구 솔직히
    대한민국 상위 1%들에게 세금 납세만 충실히 거두어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복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편성국원 2010/01/15 01:56 #

    '솔직히' 부분이 우리가 절대 북유럽 복지제도를 흉내낼 수 없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네요. 다들 자신의 곳간 얘길 안하는걸 보니.
  • 산하 2010/01/19 19:10 #

    너무 그물이 느슨하지요.... 쩝 큰 고기들은 나가고 작은 고기들에겐 촘촘하고
  • 아레스실버 2010/01/15 01:51 #

    역설적인 이야기가 됩니다만 부의 재분배만을 생각한다면 김영삼 같은 대통령이 한 번 더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독재자와 악수를 했으며 헬리콥터로 대학 위에 최루탄을 뿌리고 내가 대통령이 됐는데 더 이상 무슨 민주주의를 바라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요.

    한 편, 한 번은 손을 잡았던 독재자를 같은 손으로 감옥에 처넣고 그들의 중심세력이었던 하나회를 때려부수고 금융실명제로 재벌들의 숨은 재산을 끄집어내었으며 뇌물을 받은 자신의 아들 또한 감옥에 때려박고 그와 관련한 비리를 꺾어버렸습니다.

    김영삼은 신의를 모르는 배반자이며 파괴자이고 스스로를 정의라 믿어 의심치 않는 독선가였습니다. 경제는 파탄났고 외교적 성과는 마이너스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증오하던 (김대중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김대중이 없었다면 전두환과 노태우는 살아있을 수 없었을 테니 이쪽도 맞아듭니다)

    이건 주인장이 아닌 불특정의 누군가에게 묻는 말입니다. 혹시 지금 파괴를 원하지는 않습니까?

    그 답이, 그 결과물이 바로 김영삼이'었'습니다.
  • 아레스실버 2010/01/15 01:55 #

    근데 다시 살펴보니 광복절특사로 김현철을 복권시켰군요. ...에잉(중략)
  • 스타라쿠 2010/01/15 22:56 #

    으음. 그럼 지난 10년간의 경제성장은 파괴 뒤의 재생인가요.

    YS는 파괴와 창조의 시바이자 브라흐만, 두 얼굴의 창세신이었군요

    ....어라
  • 아레스실버 2010/01/15 23:01 #

    재생은 독재자를 용서하고 살려준 김대중의 몫이지요.
    이 일 때문에 근 10년 간 김대중을 증오했었습니다.

    지금은? 애매하네요.
  • 산하 2010/01/19 19:11 #

    답을 드리면 파괴는 원하지 않습니다만, 부분적인 손상은 해야 뭐든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 키린 2010/01/15 09:54 #

    50년뒤 필리핀 처럼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하는 암울한 생각입니다만.. 희망은 가져야겠죠.
  • 산하 2010/01/19 19:11 #

    희망이야 죽어도 가져야죠. 죽기 직전까지도
  • 바르시스 2010/01/15 13:25 #

    우리나라는 절대 유럽식 좌우파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어느 국가를 봐도 유럽식 좌우파가 있는 국가가 없습니다. 다른 주변상황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유럽식 좌우파가 가능 하다고 생각 되지 않습니다. 각 대륙마다 정치 분위기와 이웃나라의 영향을 받는 점이 있는 상황 즉 유럽의 좌우파나 미국의 보수양당제[유럽기준입니다. 미국 사람에게는 민주당이 진보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남미의 독재우파나 포풀리즘좌파, 중동의 신정정치, 아프리카의 독재, 내전 등등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아시아에서 유럽식 정치가 가능 할 수 있을까요?

    아시아에서 유럽식 정치 좌우파 정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국가 대만,한국,일본 특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일본으로 정치제도가 영국식의원내각제, 특정한 주적이 없다는 점[대만은 중국, 한국은 북한이 존재함],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 등등 어떤 아시아국가보다 유럽식 좌우파가 가능한 국가였던 일본조차도 1990년대까지 자민당 사민당로 대비되는 좌우파[자민당의 일당독재라고 해도 유럽식 좌파라고 할 수 있는 사민당이 거대야당으로 존재함]가 장기 불황이후 사민당의 대 몰락 그리고 지금 민주당이 사민당 자리를 대신하고 정권교체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민주당은 유럽식 좌파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민주당은 유럽기준으로 미국의 민주당으로 극우인 자민당에서 보수인 민주당으로 교체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조차도 유럽식 좌우파가 무너지고 미국식 보수양당제가 나온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양당제에 유리한 대통령제, 특정한 주적인 좌파에게 영원한 딜레마국가 북한의 존재 등등 일본보다 좌파에게는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필리핀이나 남미가 안 되는 상황이 와도 진보정당 지지자인 산하님이 생각하는 유럽식 좌우파가 아닌 미국식 보수양당제가 고착화된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되네요.
  • 산하 2010/01/19 19:12 #

    의견 잘 들었습니다.
  • 갑그젊 2010/01/15 15:59 #

    까놓고 말해서 우리 나라는 아직 민주주의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 한 나라인걸요;;

    여기는 아직도 냉전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_-;; 메카시즘이 판을 치는 곳인 걸요-_-ㅋ 또 그게 국민들에게 먹히고-_-;;

    좌파는 빨갱이로 보고, 우파는 친일파로 보는 괴상한 시각들부터 사라져야 제대로 '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에서 투표란 '당의 정책'을 보는 것이 아니고 그저 '편견'만 가지고 하는 것이니깐요 아직-_-;;
  • 산하 2010/01/19 19:12 #

    그 민주주의도 말 앞의 당근 같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 염군 2010/01/15 17:37 #

    훌륭한글 잘 읽고 갑니다~
  • 산하 2010/01/19 19:12 #

    감사합니다
  • 유치찬란 2010/01/15 18:12 #

    한국은 정당만봐도 사민주의 지지정당이 없다는 ㅠㅠ 엉엉엉
    하지만 장하준 책이 사회과학 서적 1위로 팔리는 이상한 국가-_-;
    그런 주제에 장하준 책은 국방부 불온서적

    사실 사민주의의 양태는 저도 한국에서는 최소한 반세기 동안은 가능성이 낮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기본적으로 사민주의가 들어설려면은 기업의 금융그룹화가 안이루어지는게 좋은데 한국 대기업은 이미 미국형태의 전철을 밟았지요.) 사실상 한국에 사민주의 정당이 있는것도 아니고...-_-;
    그리고 아직 민족주의의 힘이 강한 한국으로써는 의원내각제니 뭐니 딴거 다 사실상 가능성을 말하기가 아직은 시기상조같지요. 아직 국민들에겐 다카키상의 환상이 남아있다는(샤방샤방.. 뭐 그 이전에 정조에 대한 환상같지만) 뭐 제가 말한 민족주의는 단순한 민족주의가 아닌 근대 국가구성요소 수준에서의 네이션으로 말한거긴 합니다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는 냉전반공주의의 스텐스같은 경우에는 한 세대가 지나갈 때 되면 거의 흐려질 것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의식변화는 둘째치더라도 그동안 북한은 더 망가질테니) 이거 한가지 때문에 사실 한국은 아직 선택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희망을 가질만 하다고는 생각해요. 나중에 어떻게 된다 딱히 말하기가 쉽진 않을 듯 하네요. 한국은 냉전반공주의의 스텐스만 해체되어도 상당한 국민적 의식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산하 2010/01/19 19:13 #

    희망을 가져 보지요 ^^
  • 아인베르츠 2010/01/15 18:28 #

    민주주의에서 투표를 할 떄는 한 개인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개인의 뒤에 누가 서 있는 지도 잘 봐야하죠. ...하지만 그건 먹고 살기 바쁜 서민에겐 힘든 일;ㅂ;
  • 산하 2010/01/19 19:13 #

    먹고 살기 바쁠수록 잘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언넘이 더 어렵게 할지를
  • gaya 2010/01/15 23:02 #

    아이러니하게 기득권 세력의 최강 우군인 북한이 망하기 전까지는......북유럽식은 참으로 요원하네요..ㅠㅠ
  • 산하 2010/01/19 19:13 #

    콱 삽으로 퍼서 던져 버릴 수도 없고 말이죠 ^^
  • 2010/01/16 14:2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산하 2010/01/19 19:13 #

    감사합니다.
  • self_fish 2010/01/17 14:45 #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 산하 2010/01/19 19:13 #

    역시 감사합니다.
  • 테라 2010/01/19 14:27 #

    참,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저이지만, 제 생전에 이런 고민하고 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지라 요 몇년간은 머리에서 쥐가 날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살던 제가 정치에 조금의 열정을 갖게 해준 누군가를 고마워해야하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 제가 꿈꾸는 민주주의는... 다르다고해서 차별받지 않고 가진것이 없다고 해서 인권을 유린당하지 않고 서로 다른 의견이지만 누구 눈치보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서로의 다른 의견이라도 귀기울여 들으려고 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소수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고 다수의 힘을 가졌다고 권위를 갖은냥 휘둘지 않는 그런 사회. 굳이 법 조항을 들이밀지 않아도 상식(여기서 상식은 한나라당이 부르짖는 갖은 자가 가진 그들만의 상식이 아닙니다. 결단코...)이 통하는 사회. 사회 구성원 서로가 총부리 겨누며 견제하지 않아도 골고루 자신의 능력껏 잘 살 수 있는 사회. 자녀들에겐 희망을 얘기하고 부모들에겐 노후가 보장된 사회. 너무 이상적인건가요? 이런 것들이 안된다면 이런 사회만이라도 안되었으면 합니다. 너무 많이 가져서 그걸로 자신의 죄를 덮을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런 부도덕한 부를 가지려고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는 사회. 그런 부를 시샘하고 부러워하는 사회... 이렇게 적고보니 더 우울하군요~ 오랫만에 들러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산하님!!
  • 산하 2010/01/19 19:14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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