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왜 표정들이 이럴까 -클린 검찰에 부쳐 썸데이서울 - 이런저런 얘기들

 <긴급출동 SOS 24>의 열성 팬들 가운데는 좀 색다른 부류가 있다. 다름아닌 제작진의 탐구대상이요 아이템이요 일용할 양식의 밑천인 가해자들이다.   허구헌날 술 퍼먹고 가족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가장이 방송일만 되면 술도 안 먹고 방송에 열중한다는 건 이제 제작진 내에서 가쉽거리도 안된다.   통계를 낼 수야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우리가 지켜봤던 가해자들의 대부분은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가 출연하여 브라운관을 횡행하는 풍경을 매우 즐겨 지켜보고 있었다.  


 저윽이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종의 유유상종의 연대감의 표현일까?  세상에 저런 인간이 나만 있는 건 아니구나 안도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방송을 보고 배우고 때로 익히려는 것일까?  여러 썰들이 분분하지만 확실히 내가 아는 한 가지는 이 달갑잖은 열성팬들이 자신을 닮은 가해자들을 향해 열렬하고도 험악하게 욕설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밥상 뒤엎고 아내에게 칼 들이민 몇 분 뒤 방송을 보면서 "(방송에 나오는) 저런 나쁜 새끼들은 다 죽여 버려야 돼."라고 흥분하는 모습은 내 눈으로 보았거니와,  지적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먹던 어떤 인사는 내가 자신을 몰래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그 뭐야 SOS인가 하여간 거기 나오는 사람들 보면 참.....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라고 장탄식을 하여 앞에 섰던 내 간을 콩알의 반쪽으로 만든 적도 있다.  


 심리학적인 분석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하여간 가해자들은 그렇게 당당하다.   가족들을 짐승처럼 짓밟는 가장이 방송을 보면서는 "저 나쁜 새끼"를 부르짖으며 아내에게 퉁을 친다.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는 저런 또라이가 아니어서."  거기까지는 괜찮다.  자식새끼 앵벌이 시켜놓고 지는 게임방에서 밤을 지새는 인간이 "그래도 나나 되니까 애를 키우는 거지요. 안그러면 어디 시설에 보내 버리지."라고 어깨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면 어울리지 않는 장갑이라도 끼고 좌우양훅을 날리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된다.    동네에서 온갖 해꼬지를 다 해 놓고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노라" 부르짖는 '동네 또라이'를 상대하다 보면 혈압강하제를  상비약으로 갖고 다녀야 한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의구심에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 봐도 딱히 뾰족한 답은 없다.   그냥 천성적으로 남 탓하기 좋아하고 자기 허물은 볼 줄 모르는,  양심의 가책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더 충실한 '인간의 바닥들'이기 때문이라는 정도의 어정쩡한 합의에 이를 뿐이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내가 쟤들보다는 낫다."는 얄팍한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기울일 뿐이다.  어쨌든  겨 묻은 개 꾸짖는 똥통에 빠진 개들과 유사한 심리, 제 눈에 들보는 못보면서 남의 티끌은 귀신같이 보는 인간 이하의 존재는 그렇게 '바닥'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어제 비슷한 광경을 바닥 아닌 당상에서 보았다.  당상관 중에서도 대사헌급인 김준규 총장님의 옥음을 들으면서 정말로 기절하는 줄 알았다.  

 "검찰만큼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   

 한 조직의 기강을 세우고 조직원들의 일탈을 감시해야 할 감찰부장의 이름이 '스폰서'의 장부에서 빛나고, 장구한 세월 그 조직원들이 공짜밥 먹고, 공술 먹고, 가끔은 허리 아래도 살가운 배려를 받았다는 의혹이 만천하에 수놓아진지 며칠 안되는 그런 조직의 수장께서 저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도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머리를 가눌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걸 "그래도 응? 우리가 세무공무원이나 응?  경찰보다는 나아 응?" 이라고 자존심을 세우시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 아니면 하도 남의 티끌만 보다보니 자기 눈의 들보는 못보는 선택적 시각장애에 걸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느 쪽이든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방송을 보는 가해자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던 아내의 심경을 처절하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방송에 나오는) 저런 나쁜 새끼들은 다 죽여 버려야 돼."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 아내의 머리는 얼마나 지끈거렸을 것이며 오죽이나 혼란스러웠을 것인가.   "넌 다행인 줄 알아 내가 저런 또라이가 아니어서."라는 축복(?)을 들을 때는 어제의 나처럼 퍼질러 앉아 비오는 날 미친넘처럼  웃고 싶지는 않았을까. 


 갑자기 개콘의 행복 전도사가 되어 방방 뛰어다니고 싶다.   얼마나 좋은가.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게 깨끗한 검찰 조직을 우리의 수호자로 두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검찰총장 스스로 우리만큼 깨끗한 넘들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라며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 아 행복하다.   그런데 표정들이 왜 이럴까.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설교하는 이근안 목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처럼,  아니 표정들이 왜 구릴까.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어"를 부르짖는 동네 또라이를 지켜보던 동네 사람들처럼.   

 

덧글

  • 2010/05/13 13: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산하 2010/05/14 10:00 #

    좀 화가 났습니다. 저 쉐이들은 진짜로 지들이 어떤지 모르는구나
  • 슴가워너비 2010/05/13 14:03 #

    "(삼성을 보면) 검찰만큼 깨끗한 조직이 어디있느냐"

    이 얘기 아닐까요?
  • 산하 2010/05/14 10:01 #

    그 정도의 깜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 조표범 2010/05/13 14:25 #

    음. 정말 아침에 버스에서 라디오로 이 얘기 듣고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웃고 말았네요. 너무 섬뜩해도 웃음이 나오는 걸 오른 처음 알았슴다. 싸이코패스돋네요.
  • 산하 2010/05/14 10:01 #

    그렇죠? 사이코패스 느낌이 팍 납니다. 칼로 찌른 뒤에 "아프니? 하고 묻는
  • toRoad™ 2010/05/13 14:27 #

    재미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도 하고 있습니다. ㅇ_ㅇ
  • 산하 2010/05/14 10:01 #

    미국 교포들이 그런다면서요 한국은 즐거운 지옥이라고
  • coneco 2010/05/13 15:45 #

    딴데서도 한 말인데,
    '더 더러운 데도 많은데 왜 우리만 못살게 구나염 징징징' 드립이겠죠 뭐.

    정신연령이 높게 봐줘봐야 초 2~3?

    그나마 '검찰은 완전무결하게 깨끗합니다' 라고 말 못하는건 새 발톱 끝에 걸린 때만큼 남은 양심 때문이었을까요. 헐헐.
  • 산하 2010/05/14 10:02 #

    새 발톱의 때라니오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건 아닌지 저는 바이러스 정도의 크기로 보는데
  • 아인베르츠 2010/05/13 15:53 #

    그들은 상대평가를 좋아하지요…
  • 산하 2010/05/14 10:02 #

    솔직히 상대적으로도.... 많이 떨어질 듯한데요
  • 테라 2010/05/13 17:48 #

    촛불집회에 대한 반성을 해야한다는 MB나 저 검찰총장이나... 밥먹다 말고 이단옆차기 하는 소리라고 밖에는... 모두 그런건 아니겠지만 권력이든 돈이든 무엇이던간에 힘을 가지고 있는 부류들의 정신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낯짝도 두껍고 말이죠.
  • 산하 2010/05/14 10:03 #

    저분들의 정신 세계 신기하고 놀라와
  • fendee 2010/05/17 20:52 #

    하핫, 그 기사(뉴스?) 보시고 화딱지가 좀 나셨군요!
    저도, 그 기사 나오길래, 처음엔 뭔 소린가 했다가,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길래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건 뭐.. 육두문자 붙이고 싶지만, 입에도 더럽군요.
    검찰총장도 수많은 세월 그 쪽 계통에서 일하셔서 그 자리까지 올라가셨을텐데, 젊은 시절 한푼도 안 받아 먹었다손 치고, 현재도 청렴결백하게 살고 있다고 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말하면 안되지 않나 싶습니다.
    한자리의 수장의 위치에 있다면, 설령 자기가 잘못한게 없다고 하더라도 '죄승합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통상적으로, '자기 부하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덮어주어라' 는 식의 논리는, 지금 이 상황에서 써야할 것은 아니지 않나 싶네요.
    P.S. 그리고, 내용을 보니 혹시 ○급○동 SOS 쪽에서 일하시나요?
  • 산하 2010/05/18 15:52 #

    네 그렇습니다 ^^
  • 2010/05/18 17: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