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앞에서 만난 쉰 넘은 아주머니의 행색은 초라했고 지쳐 보였다. 며칠 전 다른 일로 그 병원을 찾았던 후배 PD에게 아주머니는 필사적으로 매달려서 도와 달라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자신의 업무 때문에 아주머니의 호소를 제대로 들을 틈이 없었던 후배는 아주머니의 핸드폰에다가 사무실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 사연을 보고서 많은 이들이 혀를 끌끌 찼다.
신체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위 절제 수술을 받아 허약한 어머니는 마흔 살을 넘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 하나를 보았다. 그 아이가 지금 열 여섯 , 중 3이었다. 학원 하나 보내지 않고도 공부를 곧잘하는 편이었던 이 아들이 환갑을 코앞에 둔 부모의 유일하고도 무이한 희망이었으리라는 것은 굳이 언급할 가치조차 없으리라. 아니 희망이라는 말은 그 절박한 가치를 드러내기엔 부족하다. 그 아들은 부모가 살아가야 할 이유였고 그 삶을 떠받치는 기둥이었고, 과할지 모르나 부모의 하늘이었다.
그 하늘이 무너진 것은 지난 4월 21일이라고 했다. 체육 시간에 발야구를 했고 체육을 좀 못하는 편인 아들은 결정적인 헛발질 몇 번으로 자신이 속했던 팀의 패배에 기여했다. 보통은 이럴 때 네 발은 개 발이냐? 정도의 핀잔을 듣고 머리 한 번 긁어주면 끝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들이 속한 팀에 그 학교의 이른바 ‘짱’이 있던 것이 문제였다. 이 짱은 발야구의 실수를 기화로 계속 아이를 윽박지르고 괴롭혔으며 아이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반항하자 중학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아이를 응징한다.
두 명의 학생이 아들을 끌고 학교 인근의 공사장으로 들어갔고, 일곱 명 정도의 이른바 1진 아이들이 망을 보는 가운데 짱이라는 학생은 가련한 희생양을 40분 동안 두들겨 팼다. 주로 타격이 가해진 것은 머리와 무릎이었다. 성장판을 다칠 정도의 무자비한 폭행이었고 아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동네 아주머니에 의해 발견되었고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벼운 뇌진탕과 심한 타박상 정도로 진단이 나왔지만 이후 아들은 완전히 변해 버렸다. 사건이 난 며칠 뒤 아들은 목을 맸다. 첫 번째 자살 시도였다.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들은 아버지조차 눈을 마주치지 못할 만큼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벽지를 잡아 뜯으며 울부짖었다. 누군가가 병실에 있다고 소리를 질러 댔고 태어난 뒤 최대의 악몽이요 그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4월 21일을 기억 속에서 재연해 내고 있다고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였다. 의사 선생님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신분열적 소견까지 보인다고 했다.
어머니는 울었다. 울음을 참고 얘기하는 것이 습관이 된 모습이었지만 그 인내의 틈 사이로도 굵은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 울먹임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의 조각들을 끼워맞추고 보니 내가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같은 반 친구를 그렇게 때릴 수 있나 하는 기본적인 의문은 제쳐 두고 이 아이와 부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학교측과 가해자들의 대응에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우리 애는 저 지경이 되어서 발발 떨면서 지 애비하고도 눈 못 맞추고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있는데....... 그 때린 애는 지금도 학교에 나와서 멀쩡히 수업을 받고 있어요. 처벌받은 게 뭐 복도 청소래나요? 정학이요? 그런 거 없어요.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서 처벌 못한대요. 아이를 납치해 간 거, 애들이 둘러싼 거 다 저희들이 알아낸 거예요. 학교에선 그냥 그 짱이란 녀석하고 우리 애가 싸웠다고 했어요. 납치해 간 애를 밝히는 과정이 어땠는지 아세요? 아이가 덜덜 떨면서 유기찬(가명) 유기찬 그래요. 몇 번을 들어도 유기찬이야. 그래서 학교 선생에게 유기찬이 있냐고 물었더니 세상에 알려 줄 수가 없다는 거예요. 무슨 규정이 그렇대나. 악을 쓰고 실갱이를 해서 학생 명부를 가져와서 아들이 보게 했지요. 유기찬이라는 아이가 있고 우리 아들이 덜덜 떨면서 걔를 손가락으로 짚더군요. 그랬더니 이런 상태의 아이가 지목한 것을 믿을 수 있냐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들은 유기찬이라는 아이를 몰라요. 끌려갈 때 명찰을 본 것 뿐이에요.”
학교측은 폭행 현장을 은폐하기 위해 둘러싸고 있던 예닐곱 명의 신상은 파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폭력을 행한 것은 짱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납치를 당하다시피 끌려 갔다는데, 자신을 개같이 끌고 간 아이의 이름까지 대고 있는데 그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정신을 놓은 아이의 진술의 신빙성을 핑계로 넘겨 버렸다고 한다. 상태가 나빠지기 전 아이의 울부짖음은 이랬다.
“학교 폭력 교육할 때 조금만 친구를 건드려도 어떻게 된다고 그렇게 강조해 놓고서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사건 후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짱이라는 녀석은 면전에서는 사과를 한 후 “아까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지만 너한테 사과한 거 아니다.” 따위의 문자를 보내 피해자의 속을 또 한 번 뒤집었고, 결국 피해자의 부모는 형사고발을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부모는 한 수 더 떴다고 한다. “형사처벌 받을 나이는 아니고 가봤자 소년원인데 뭐 법대로 하라. 대신 치료비 같은 건 한 푼도 줄 수 없다.”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학원폭력을 다루는 일선 학교의 자세가 어떻게 이러면 이리도 똑같을 수가 있을까 진저리를 쳤다. 몇 년 전 학원폭력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아이를 취재하며 학교를 찾았을 때 학교 측은 끈질기게 “학교 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아이들끼리 틀어져서 서로 주먹질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었다. ‘짱’이 포함된 세 명의 학생이 한 아이를 끌고 모텔 방으로 들어가서 짱을 제외한 두 명이 피해자를 곤죽으로 만들어 놨는데 이른바 ‘짱’은 처벌도 받지 않았다.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 (고 주장한다)”는 이유였다. 하도 기가 막혀서 그럼 도대체 모텔 방에서 그 ‘짱’은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그것 또한 폭행 방조 아닌가요? 라고 내가 물었을 때 학생주임의 명답은 지금도 길이 간직하고 있다. “뭐 술도 먹었을 게고 하니 벽에 기대어 자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 다음 학교 측은 “이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음”을 약속하는 피해자 어머니의 각서를 받아냈었다.
나는 학교라는 곳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안을 찾을 자신은 없기에 자식을 맡기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을 위해 열정을 쏟는 좋은 선생님들도 분명 계시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많다. 나의 불신의 원천은 교사들 일반이 아니라 교육 관료 이하 교장 교감으로 형성된 그 상층부와 교사 개인 개인을 무력화시켜 눈치만 발달한 철밥통으로 전락시키는 시스템일 뿐이다. “내 임기 내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선 안 된다.”는 교장의 신념은 “작은 일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고 큰 일도 얼마든지 덮을 수 있는” 군대의 신화와 맞먹는 된다. 교장과 교감을 바라보며 점수를 따온 선생들도 그에 동조하게 되고, 내 고과를 먹이는 우리 교장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임을 가로막는 어떠한 책동도 분쇄하고자 단단히 뭉치게 된다. “누가 감히 내 현재와 미래의 밥그릇을 건드리는가.”
몇 년 전의 학원 폭력 사례 취재 중 만났던 한 교사는 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가를 묻는 나의 질문에 또 하나의 명답을 남겼다. 이래서 교사하는구나 싶을 만큼 완벽하고 대꾸를 못할 만큼 논리적인 답변이었다. “가해자도 제 제자 아닙니까.”
아마도 그저께 내가 만난 그 가련한 아이의 선생들도 그렇게 얘기할 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런 아이를 처벌도 하지 않고, 처벌에 상응하는 교육과 반성도 시키지 않고, 멀쩡히 학교에 나오게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그 아이도 학생이고, 자신들은 그 아이의 미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 것이다. 만약 그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그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당신들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겁니까?”라고 선생들 자존심을 뒤집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전의 학교에서처럼 “여기가 학굡니까 아사리판입니까?”라고 대들 것이다. 여교사들이 듣는다면 눈물이 흘러날 만큼 찔러 대고 할퀴고 짓밟았을 것이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마음 고생을 천 일 동안 하더라도 일단은 그랬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끓는 이유는 앞으로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당연히 동의하리라 생각했던 아이의 아버지가 우리의 도움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카메라를 들이대고 하면 더 충격을 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결국 회복하지 못한다면 방송 도움 같은 거 없이 내가 처리할 겁니다. 뉴스를 보시면 알 겁니다. 3년 뒷면 환갑입니다. 살만큼 살았고 이 아이가 이렇게 된 이상 살 이유도 없습니다. 나 혼자 가지는 않을 겁니다.”
마지막 말을 끝맺은 후 한 일자로 입을 다문 아버지의 눈에서는 시퍼런 인광이 튀었고 치뜬 눈에서는 흰자위가 넘실거렸다. 살기였다.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마시구요......”라고 말을 꺼내다가 나는 그 살기에 압도당해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리고 돌아서 버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맥없이 바라보아야 했다. 믿고 맡겼건 어쩔 수 없이 맡겼건, 자식을 교육 기관에 맡겼던 그러나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자식의 미래까지 절망적이 된 아버지에게 누가무슨 말을 할 것이며 그래도 “학교폭력”이 아니며 “애들끼리 싸운 것 뿐”이라는 개 같은 (심한 표현임을 알지만 이 악물고 쓴다) 선생들은 과연 그 분노를 피해갈 수 있을까.
P.S. 서울과 경기의 교육감에 진보적 후보가 당선됐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학교 비리를 폭로했다가 두 번이나 학교에서 참수 당했던 김형태 후보가 교육위원으로 당선되었다. 덩실덩실 춤을 출 일이다. 자신들의 철밥통을 위해 자신들의 직무를 방기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자신들이 돌볼 아이들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이 공고한 카르텔에 흠집을 낼 수 있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분들은 돈 백 만원 따위는 돈으로도 보지 않는 공정택 따위와는 다를 분이라는 믿음이 있는 까닭이고, 성적만 좋으면 아이들이 한 아이를 넋을 놓을 만큼 두들겨 패도 ‘학교의 명예’를 위해 모른척 넘어갈 수 있는 말도 안되는 경쟁 교육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이 발딛을 틈을 얻은 연유이다.



덧글
평교사로 끝내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윗선의 눈치를 보지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교육계라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장'이라는 이름은 그만큼 절대적이지요.
어린 아들이 작은 물건을 훔쳐왔을 때 어머니가 혼내지 않았더니 아들은 점점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고,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전날 어머니를 만나서 "어릴 때 따끔하게 혼내주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학교에 부정의 카르텔이 정말 있는 걸까요? 전 교사가 되려고 임용고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교사가 되어서 그 카르텔에 물들지 않도록 마음 굳게 먹어야겠어요.
미자 할머니의 결정
학교폭력 문제를 접했을 때(심각한 상황까지 간 것은 지금까지 1번 본 적 있습니다), 가장 어렵다고 느낀 점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폭력에도 많은 상황이 있고, 교사가 어떤 종류의 개입을 해야할 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게다가 학교폭력이 특히 문제가 되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교사(혹은 학교) 차원에서 가능한 합당한 처벌의 시스템도 없습니다. 처벌이라는 게 처벌 같지도 않은 수준일 뿐더러, 효과도 미미합니다. 아시다시피 며칠의 교내봉사, 며칠의 사회봉사, 강제전학, 등교정지 뭐 그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할래야 할 수도 없습니다. 민형사 소송 단계로 가면 이미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겠죠.
학교폭력 문제가 우리 반의 문제가 되었을 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강력한 처벌을 했습니다만, 그게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강제전학"이었습니다. 강제전학을 거부한 학생에게는 등교정지의 처분이 주어졌지요. 그리고 몇달 뒤 몇 학생은 그쪽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우리학교로 다시 강제전학이 되고, 몇 학생은 위장전입으로 판정을 받아 되돌아 왔으며, 몇 학생은 가출과 무단결석을 반복하다가 유급되어 고등학교 진학을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한심스러운 일들은 말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가해자 학부모들에게서 "자기 반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도 없는 니가 선생이냐"며 비난 당하고, 피해자 학부모들에게서는 "저놈들을 옥살이도 못시키는 너는 무능하고 이기적인 X"라며 욕먹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건데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 이상도 "시스템" 상 하기 어려웠고요. 그나마 여기까지 처리하는데도 가해자들이 완강히 부인하고 무고죄 운운하면서 난리치는 통에 어마어마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잠 한숨 제대로 잔 적이 없던 것이 기억나네요. 사건이 끝날 무렵 우리반에는 강제전학과 등교정지로 인해 여섯 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없어졌고요.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 단순히 "내가 있을 때는 문제가 없어야"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는 관리자들이나 교사들은 생각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때에 있어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의 부재는 그 모든 것을 "교사 재량(학교 재량)"에만 위존하게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교사의 교육관 혹은 그 교사의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이해, 거짓말과 횡설수설이 횡행하는 아이들의 진술 등에서만 해결되게 되며 들쭉날쪽하고 어느 쪽이든 만족시킬 수 없는 결론이 나기 마련입니다. 학교나 혹은 교사 개인이 치뤄야 할 댓가도 너무 크고요. 제가 한달 넘게 고생하는 동안 학생부장이나 다른 분들도 무척 고생하셨습니다. 학교 업무가 다 마비되더군요. 다른 문제가 그 사이에 많이 발생했는데, 그 학교폭력 문제 하나 해결하느라 다른 문제는 어영부영 넘어갔습니다. 우리반 아이들도 제가 원래 비교적 잘 챙겨주는 편입니다만, 저땐 조회 종례 한번 제대로 들어가기 어려워하고, 다치거나 아파도 돌봐줄 수조차 없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학교의 관리자들의 마인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런 일들을 과거에 몇 차례 겪으면서 관리자들이나 기타 부장급 교사들에게는 학교폭력 문제에 교사가 이상을 갖고 적극 개입해봤자 결국 제대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겁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언론에게 늘 아쉬운 것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모두 "교사와 학교의 보신주의 탓" 정도로만 돌리는 겁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시스템도 없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지속적인 치료, 가해자들을 위한 교정 교육, 그리고 합당한 처벌, 그 아무 것도 없이 "무조건 학교재량으로 해라" 이뿐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핑계로 생각하실 지도 모르고, 그리고 저 위에 예비교사 님께서도 현직교사의 한심스러운 보신주의로 생각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문제는 단지 학교, 교사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에만 심각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폭력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일선에서는 이런 어려움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피해자가 발생하면 피해자만 억울한 상황이라면 이건 학교가 아니지 않습니까. 군대도 요즘은 이렇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시스템도 없습니다. 피해자를 위한 지속적인 치료, 가해자들을 위한 교정 교육, 그리고 합당한 처벌, 그 아무 것도 없이 "무조건 학교재량으로 해라" 이뿐입니다. "
===> 이 말씀이 그르지 않을 것을 압니다. 하지만 교육을 직으로 하시는 분들이 (관료, 교사 모두 포함) 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그 시스템을 대신구축해 주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하지만 핑계라고, 비겁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네요. 자신만 희생하는 거면 몰라도, 먹여살려야 할 식구가 있으면...
일단, 현장의 교사가 다 썩은 게 아니라니 위안이 되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2010/06/06 19:28 #
비공개 덧글입니다.학교에서 배워야 할 지식들을 학원에서 다 땜방한다 치더라도, 최소한 학교에서 윤리적 책임의식과 단체생활에서의 도덕은 배울수 있기에 공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네요.
그리고 '가해자도 제 제자 아닙니까.'라니요. 이게 선생님이 할 소리 인가요.
2010/06/06 21:25 #
비공개 덧글입니다.인권(?)관련된 조항이 있기에 의무교육에서 처벌이 힘든건데
이런 조항들을 가지고 위에도 다크니스님이 쓰셨지만
잘 알고 빠져나가는게 요즘 학부모들입니다.
아니면 요즘은 그냥 학생들끼리 고소하거나 하기도 하죠.
학교마다 합계가 몇천에서 억이 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건 관료제나성적지상주의보다 학부모들의 자기애 보신주의를
바꾸어야한다고 봅니다. 요즘은 학교에 문제가 있으면 교육청에
가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하는데 관료들보다 위에 있는게
결국 학부모들이거든요. 이걸 학교와 교육청에만 전가하는 것도
정치를 방기하는 것과 똑같다고 봅니다.
제 자식이 살인마라고 해도 감싸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 부모의 마음을 넘어서 아닌 건 아닌 것이고, 당신의아이는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며 그것이 당신의 아이의 미래에 대해 유익하다는 판단을 내려 줄 시스템이 필요한 겁니다. 학부모들이 그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는 거지요. 그리고 먼저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부모들의 자식 사랑에 대처해야지요. 자식 사랑 무서워서 시스템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자식사랑이 과한 학부모들이 시스템을 반대한다는 주장입니다.
학부모들이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는
과한 학부모들이 미치는 영향을 너무 간과하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떨어져 나가고,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에서 쉬쉬하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가해자들의 "잘못 인정"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언급한 것이 바로 그 부분 때문에 말한 것이기도 하고요.
학교폭력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떨어져 나가고,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에서 쉬쉬하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가해자들의 "잘못 인정"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절절히 동감합니다. 그 소음이 두려워서 쉬쉬하게 될 때 약한 아이들은, 피해자는 끔찍한 피해를 입는 것이니까요. 군 의문사 문제에서 아주 잘 보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고등학교때 화장실에 있던 담배 하나가 화장실에 불을 내는 일이 있었고, 학교는 이를 빌미로 학생 흡연자들을 무조건 정학 또는 퇴학시키겠다는 엄포를 놓았습니다. 결국 얼마 안 가 흡연자들은 줄줄히 굴비같이 학교에서 쫓겨났고, 잡힐 만큼 잡히자 그 "본 고등학교는 이례없는 반 흡연 교칙으로 담배 없는 쾌적한 교내 환경을 이뤄냈습니다" 와 비슷한 공지가 학부모들에게 보내졌죠. 호응은 꽤나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현재도 해당 학교는 그 교칙을 엄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게 위험인자들을 걸러내여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다 봅니다. 물론 이래도 걸러지지 않는 학교폭력은 마땅한 대응을 강구해야겠죠.
학교폭력도 가해자를 퇴학시키거나 처벌에 주안점을 두는 것보다 예방과 재발 방지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해자도 제자'라는 말에 많은 분들이 혐오감을 보이시지만,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들을 도와주기 위한 제 3자의 개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가해자도 물론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는 피해자의 치유 뿐 아니라 가해자에게 폭력 예방교육을 시켜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도 제자'라는 생각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꺼려한다면 그것은 문제지만, 그런 생각으로 인해 가해자를 끝까지 선도하려는 교사도 있는 겁니다. 물론 피해자의 눈에는 이 '버리지 않고 선도하기'의 과정도 가해자 편을 드는 걸로 생각할 수도 있기에, 제 3자의 개입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다크니스님의 의견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객관적인 판단과 교육이 가능한 제 3자의 개입이 더더욱 필요합니다. 그런데 학교폭력 추방 얘기가 나온 게 참 오래 전인데 아직 비슷한 형태조차 나타나지 않는 게 너무 슬프다는 거지요
교사뿐만이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그 지역의 분위기도 무시 못 할 요소인 것 같아요. 어떤 애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학교생활이 너무나 크게 좌우되니.. 모 사이트에서 학창시절 얘기를 나누다 누군가가 '그래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위장전입이라도 해서 학군과 학교를 옮기려고 하는 거다'고 말하는게 심정적으로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이 바뀌었으니 뭔가 바뀌리라 희망해도 되겠죠? 그래도 될까요?
그 빌어먹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완화시키는 제도부터 어떻게 해야할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이 변한다는 건 1000분의 1도 안되는 확률의 가설이라고 생각하며, 교화 따위 믿지도 않습니다.
가해자 학생, 성장해서 변변한 어른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이상 사회에 폐만 안끼쳐도 다행이겠죠.
가해자도 제자요?
기가차서 정말 웃음이 납니다.
그럼 피해자는요?
손에 진흙묻히기 싫은 완곡한 표현일 뿐으로 보이네요.
아이들 일상을 지켜보기만해도 숨 쉴 틈이 없는데 정작 아이들은 어떨까 싶습니다. 체벌만 완화된다고 학교 폭력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억압적이고 경쟁적인 사회구조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겁니다. 거기다 성적올리고 '능력있는 미래 일꾼'이 되는 것 이상의 아무런 길도 허용않는 학교 현실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들이 돌파구로 스스로나 남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맙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치유와 개선이 아닌 방관이나 외면으로 처방하고 마니 결국 같은 일의 반복이 계속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