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1894.3.28 김옥균을 죽인 사람 산하의 오역

 

1894년 3월 28일 김옥균 상하이에서 홍종우에 의해 피살. 김옥균의 암살자로서 주로 기억되는 홍종우이지만 김옥균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경기도가 고향이지만 전라도의 외딴 섬에서 자라났던 그는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아사히 신문 식자공을 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돈을 모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국내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었다.



 그는 항상 한복을 입고 다녔고, 심지어 무도회에서 두루마기를 펄럭이며 왈츠를 추어 프랑스 사교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에 유학했으되 한복을 벗지 않았던 모습에서 보듯, 그는 개화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했지만, 외세 의존 개화를 거부했다. 카톨릭 등 외국 종교의 제국주의적 면모에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으며 이 때문에 그를 돕던 프랑스인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김옥균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외세의 앞잡이일 뿐이었을 것이다. 특히 홍종우는 일본에 의지했던 김옥균을 위험시했고 기꺼이 암살단의 일원으로 김옥균 주변에 잠입, 중국 상하이에서 김옥균을 쏘아 죽인다. 김옥균의 시신은 조선으로 돌아온 뒤 양화진에서 토막이 났고 그 와중에 그 머리는 영영 잃어버렸다. 수구파 대신들은 홍종우를 환대했지만 홍종우는 그를 물리치며 “자신은 국적을 죽인 것 뿐, 환대를 받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황국협회를 이끌며 독립협회와 충돌하는 등 수구적인 면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그는 외국군의 철수와 방곡령 등을 주장하는 상소를 계속 올리며 부패하고 구태의연했던 관료들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재판장으로 재직할 무렵, 극렬 개화파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주요 정적으로 간주했던 한 인물의 목숨을 살려 주게 된다. 사형이 확실시되었지만 무기징역에 태형 100대를 선고했고, 그나마도 ‘상처 하나 안나도록’ 태형을 사실상 무마해 주었다. 그 개화파의 이름은 이승만이었다.

구한말의 격변기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포부와 열정을 가지고 기울어가는 나라를 구해 보겠다고 나섰고, 함께 싸우기도 했지만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서로를 죽이고 해치기도 했다. 끝내는 한길에 하나가 된 예는 드물고, 내딛는 첫발에 따라 그들의 길은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역사는 그렇게 심술궂다.



 안동 김씨 명문가에서 자라 장원급제한 후 탄탄대로를 걸었으나 개화에 뜻을 두고 무모하기까지 한 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은, 전라도 고금도에서 풀죽 쑤어먹으며 컸지만, 자신의 힘으로 프랑스에 유학했던 배짱 좋은 청년 홍종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홍종우는 끝내 자신의 꿈이 좌절되는 것을 목격하고, 한일합방 이후에 죽는다. 심지어 굶어죽었다는 설도 있다.



덧글

  • 2011/03/28 02: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백면서생 2011/03/28 03:12 #

    ...쌀나무도 안다는 슬기로운 머리로, 잠 한숨 못 자고 술 기울이고 있네요.

    홍종우도 김옥균도 없는 세상입니다. 안동김씨만 남아있지요. 그게 서울 안동이든 경상도 안동이든 말입니다.
  • 검투사 2011/03/28 09:51 #

    결과적으로 홍종우가... "좋은 일" 좀 했다가 결국 자신과 같은 그리고 김옥균과 같은 후손들을 사그리 죽여버린(육체적이라기보다 정신적으로) 셈이군요.
  • 푸른미르 2011/03/28 13:50 #

    누구도 미래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 당시. 젊은 이승만을 보니 기특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믿고 무마해준거겠지요.
  • 검투사 2011/03/28 15:37 #

    그렇죠. 그래서 "결과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인 거고요.

    이런 면에서 역시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난리가 나서 구해준 아이가 나중에 독재자가 되어 사람들을 쳐죽이는 꼴을 다 늙어서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싶고...
  • oIHLo 2011/03/29 00:16 #

    아아 아쉽다...
  • 산하 2011/03/29 09:17 #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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