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정마을 해군 기지에 반대해야 하는가?
나는 대개 회색분자였다. 선명한 거 보다는 어중간한 게 좋았고, 옳고 그르고의 칼날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얼버무림 쪽에 발을 디밀 때가 많았다. 물론 한 번 고집이 발동하면 물소머리처럼 완강할 때가 있긴 하지만.
... 이른바 좌냐 우냐의 단순한 질문에도 그렇다. 좌파적 가치관을 지니고 살고, 하지만 가끔은 '좌파' (전혀 좌파와는 거리가 먼 주사파들이 여기에 포함되는 건 논외로 하고) 들의 논리에 으이? 하면서 눈을 둥그렇게 뜰 때, 나는 이른바 좌파도 진보도 아닌 그저 회색분자구나 하는 한탄에 이르게 된다. 서울말을 애써 배운 경상도 사람 입에서 "우짜꼬" 소리가 튀어나올 때의 망연함이랄까.
그 지점들은 꽤 많지만 오늘은 하나로 좁혀 보자. 제주도 강정마을 문제다. 우선 나는 "한 번 가 보면 반대의 이유를 알게 된다. 구럼비바위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하는 가르침에 동의한다. 즉 환경의 문제, 자연보호의 문제라면 한 수 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갸우뚱해진 내 머리는 바로잡히지 않는다.
만약 해군 기지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제주도 또는 삼천리 금수강산 어딘가에는 시멘트가 들이부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을 겨냥한 해군 기지가 아니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해군으로서 내세우는 무역 루트 보호라는 전략적 가치가 진실로 타당하다면 동해안 화진포나 백령도 앞바다가 아니라 남해안 그 중에서도 제주도가 염두에 두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돌 날아올까봐 방패를 들겠다. "그 전제가 옳다면" 말이다.
진도 나가자. 강정마을, 또는 또 다른 제주도 어딘가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지의 불필요함과 비효율성, 그리고 나아가 위험함에 대한 증명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해군 기지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주민들의 동의를 겸허하게 구하고 환경영향평가 확실하게 하고, 최대한 자연 파괴를 줄이려는 노력 후에, 어딘가에 지어져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자칭 진보의 또렷한 답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의 승인 없이 해군 기지가 지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주도 하에 건설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라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고권일씨의 발언은 아예 논외로 하겠다. 이런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손에 든 공안검사의 그것과 똑같다. 아무 근거 없이 "결국 누구를 이롭게 하는 거냐고. 니듵 이북 지령 받고 이러는 거 아니냐고." 라고 뻗댐 그 위도 아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대책없는 '반미'는 80년대의 반미출정가와 더불어 구럼비 바위 위에 물길을 내어 제 2의 문무왕릉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낫다.
또 한 번 그런데..... 애석하게도 많은 논리가 저 말도 안되는 전제에서 도출된다.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의 짧은 칼럼을 보고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제주도가 위험하다'는 결어로 끝나는 이 칼럼은 미국의 '코리아 정책 연구소'의 크리스틴 안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건 뉴욕 타임즈의 '오피니언' 란을 인용한 것이었다. 크리스틴 안은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에 항의하려고 전화했더니 주미 한국 대사관측은 "우리에게 얘기하지 말고 미국 정부에 항의하라.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이라면 이 중차대한 정보를 '독자의견'란에서 긁어오지 말고 취재비가 모자란다면 한진 그룹 홍보광고라도 실어서 현지 취재를 하고 "유력한 당국자"라든가 "정통한 소식통"의 정보를 캐내 와야 옳다. '카더라 방송' 수준의 발언을 칼럼에 싣고 "제주도가 위험하다"고 결론짓는 건 조선일보와 뭐가 다르냔 말이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해군기지가 있으면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된다? 미안하지만 중국은 제주도 해군 기지에 관계 없이 이미 충분히 자극받고 있고 대응하고 있다.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미국과 베트남 해군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세상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의 영토에 두는 해군 기지가 무에 그리 중국의 심사를 어지럽힌단 말인가. 이에 맞서는 중국 또한 군비증강에 휴식이 없다. 러시아에서 인도받은 항공모함 바랴크를 수리해서 실전배치 예정이라는 뉴스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바, 중국 정부는 그 이름을 텐진으로 붙일 거라 한다. 청일전쟁때 박살난 북양함대의 모항이다. 절치부심의 뜻이 엿보이다 못해 번쩍거리지 않는가. 그건 괜찮은가? 강정구 교수 말씀 모냥 "중국의 패권은 깡패 미국과는 좀 다를 것" 같은가?
자 이렇게 말하면 또 다른 논리가 들어선다. "칼을 쳐서 낫로 창을 쳐서 보습으로" 만들어야 하는 평화의 시대에 군사기지가 웬말이며 "힘의 추구와 평화의 실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힘의 추구와 평화의 실현을 추구한다면 '분열증적'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용어까지 등장한다. 나 또한 전쟁에 반대하며, 불요불급하고 무모한 전쟁을 도발하거나 참여하는 일에 머리 깎고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낫을 쳐서 쟁기로, 칼을 쳐서 보습으로 만드는 꿈은 이사야 시대 이래 인류가 꾸어온 꿈일 뿐, 현실화했던 시기는 거의 없다. 하물며 국경 따위는 동네 울타리만도 못한 유럽의 고만고만 국가들도 아니고, 세계 4대 강국이 온갖 무기 짊어지고 주먹을 뚝뚝거리고 앉은 지역에 들어앉은 나라 혼자 칼과 창을 엿바꿔 먹으면 엿먹을 일 밖에 더 있는가?
'수권 진보'를 노래하고 서기 몇 년 집권을 호언한지도 까마득한데 아직 국회 국방위에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명함을 내민 적이 없다. 있었어도 존재감이 없었다. 집권이란 것은 권한의 장악이기도 하지만 무한책임의 현신이기도 하다. 국헌을 준수하고 국토를 보위할 역량과 깜냥이 있어야 집권이든 분권이든 할 텐데, 국방 문제에 관한 한 진보 쪽의 무대책은 실로 걱정스러울 정도다. 언젠가는 "우리가 아무리 군비증강을 해 봐야 미국 중국 일본을 당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평화쪽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들었지만 세계 역사 수천년을 라식 수술 백번을 하고 들여다본들 평화를 외치며 스스로의 가슴을 내미는 거룩한 나라나 집단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야욕을 포기하고 무기를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조선 말기 러시아 함대 뱃길 차단을 위해 거문도를 점령했던 영국처럼, 어떤 나라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해 온다면 그때 그 대사관 앞에서 촛불 시위를 할 것인가 플래쉬몹을 할 것인가.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냐고? 조선 정부도 그랬다. 그리고 제힘으로 뭘 할 수 없는 나라가 항상 하는 짓 그대로 또 다른 열강에 조정을 요청했고, 영국에게 항의했다. 영국이 거문도를 석탄 공급지로 삼아 눌러앉을 요량을 보이자 러시아가 당장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제주도를 점령하겠다."였다. 조선 정부야 있든지 말든지, 조선 인민이야 나대든지 말든지.
민주당 의원들이 뒤늦게 강정마을을 다녀온 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 해군기지를 짓겠냐면서 성토한 뒤에 덧붙이는 말을 들으며 기함할 뻔 했다. "원래대로 민군복합 기항지로 만들거나 해야지 지금처럼 해군기지로 밀어붙인다면 정부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 한 때문이다. 아니 민군복합 기항지는 구럼비 바위에 시멘트 안 바르고 건설될 수 있는가? 그 아름다운 풍광에 손해 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 아름다운 곳에 해군 기지는 문제가 되고 '민군복합 기항지'는 문제가 안되는 그런 황망한 주장이 어디 있는가. 그토록 아름다운 곳에 콘크리트를 차마 부을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찾으라든가, 이곳은 어떠냐든가, 아니면 제주도는 전략적으로 해군기지에 적합하지 않다든가 하는 말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와야 할 거 아닌가.
나는 자기네 인민에게 험악한 총과 칼에 반대하고, 다른 나라의 위협을 빌미로 제 배를 채우는 총칼을 혐오하며, 전직 참모총장짜리가 군사 정보 팔아먹는 무식하게 탐욕적인 총과 칼에 반기를 들 수 있지만, 모든 총과 칼을 낫과 보습으로 바꿔야 하며, 그것이 평화를 향한 기본적 자세라는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건 평화가 아니라 순진함이며, 또 다른 무지함의 외피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군사, 국방의 문제에 이렇게 무지하면서 집권을 꿈꾼다는 자체는 오히려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자. 말해 보자. 강정마을, 제주도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면 안될 이유를 설명해 달라. 전략적으로 그곳은 부적합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해군의 발전과 성공적인 국방을 위해서 택해야 할 방안이 무엇인가를 얘기해 달라.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강정마을을 불도저로 밀 듯이 달려드는 이 정부 특유의 밀어붙이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마을을 위해서 묻는 질문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귀에 못이 박리도록 들었다. 그거 말고, 또 "미국의 기지로 쓰일 수 있다,"는 복날 가마솥에서 개 튀어 나오는 소리 말고, 좀 합리적인 답변을 원한다.
그토록 아름답다는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가 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그 외의 다른 이유를 더 듣고 싶다. 그 이유를 들은 다음에야 판단이 되겠다
나는 대개 회색분자였다. 선명한 거 보다는 어중간한 게 좋았고, 옳고 그르고의 칼날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얼버무림 쪽에 발을 디밀 때가 많았다. 물론 한 번 고집이 발동하면 물소머리처럼 완강할 때가 있긴 하지만.
... 이른바 좌냐 우냐의 단순한 질문에도 그렇다. 좌파적 가치관을 지니고 살고, 하지만 가끔은 '좌파' (전혀 좌파와는 거리가 먼 주사파들이 여기에 포함되는 건 논외로 하고) 들의 논리에 으이? 하면서 눈을 둥그렇게 뜰 때, 나는 이른바 좌파도 진보도 아닌 그저 회색분자구나 하는 한탄에 이르게 된다. 서울말을 애써 배운 경상도 사람 입에서 "우짜꼬" 소리가 튀어나올 때의 망연함이랄까.
그 지점들은 꽤 많지만 오늘은 하나로 좁혀 보자. 제주도 강정마을 문제다. 우선 나는 "한 번 가 보면 반대의 이유를 알게 된다. 구럼비바위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하는 가르침에 동의한다. 즉 환경의 문제, 자연보호의 문제라면 한 수 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갸우뚱해진 내 머리는 바로잡히지 않는다.
만약 해군 기지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제주도 또는 삼천리 금수강산 어딘가에는 시멘트가 들이부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을 겨냥한 해군 기지가 아니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해군으로서 내세우는 무역 루트 보호라는 전략적 가치가 진실로 타당하다면 동해안 화진포나 백령도 앞바다가 아니라 남해안 그 중에서도 제주도가 염두에 두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돌 날아올까봐 방패를 들겠다. "그 전제가 옳다면" 말이다.
진도 나가자. 강정마을, 또는 또 다른 제주도 어딘가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지의 불필요함과 비효율성, 그리고 나아가 위험함에 대한 증명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해군 기지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주민들의 동의를 겸허하게 구하고 환경영향평가 확실하게 하고, 최대한 자연 파괴를 줄이려는 노력 후에, 어딘가에 지어져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자칭 진보의 또렷한 답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의 승인 없이 해군 기지가 지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주도 하에 건설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라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고권일씨의 발언은 아예 논외로 하겠다. 이런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손에 든 공안검사의 그것과 똑같다. 아무 근거 없이 "결국 누구를 이롭게 하는 거냐고. 니듵 이북 지령 받고 이러는 거 아니냐고." 라고 뻗댐 그 위도 아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대책없는 '반미'는 80년대의 반미출정가와 더불어 구럼비 바위 위에 물길을 내어 제 2의 문무왕릉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낫다.
또 한 번 그런데..... 애석하게도 많은 논리가 저 말도 안되는 전제에서 도출된다.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의 짧은 칼럼을 보고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제주도가 위험하다'는 결어로 끝나는 이 칼럼은 미국의 '코리아 정책 연구소'의 크리스틴 안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건 뉴욕 타임즈의 '오피니언' 란을 인용한 것이었다. 크리스틴 안은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에 항의하려고 전화했더니 주미 한국 대사관측은 "우리에게 얘기하지 말고 미국 정부에 항의하라.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이라면 이 중차대한 정보를 '독자의견'란에서 긁어오지 말고 취재비가 모자란다면 한진 그룹 홍보광고라도 실어서 현지 취재를 하고 "유력한 당국자"라든가 "정통한 소식통"의 정보를 캐내 와야 옳다. '카더라 방송' 수준의 발언을 칼럼에 싣고 "제주도가 위험하다"고 결론짓는 건 조선일보와 뭐가 다르냔 말이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해군기지가 있으면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된다? 미안하지만 중국은 제주도 해군 기지에 관계 없이 이미 충분히 자극받고 있고 대응하고 있다.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미국과 베트남 해군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세상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의 영토에 두는 해군 기지가 무에 그리 중국의 심사를 어지럽힌단 말인가. 이에 맞서는 중국 또한 군비증강에 휴식이 없다. 러시아에서 인도받은 항공모함 바랴크를 수리해서 실전배치 예정이라는 뉴스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바, 중국 정부는 그 이름을 텐진으로 붙일 거라 한다. 청일전쟁때 박살난 북양함대의 모항이다. 절치부심의 뜻이 엿보이다 못해 번쩍거리지 않는가. 그건 괜찮은가? 강정구 교수 말씀 모냥 "중국의 패권은 깡패 미국과는 좀 다를 것" 같은가?
자 이렇게 말하면 또 다른 논리가 들어선다. "칼을 쳐서 낫로 창을 쳐서 보습으로" 만들어야 하는 평화의 시대에 군사기지가 웬말이며 "힘의 추구와 평화의 실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힘의 추구와 평화의 실현을 추구한다면 '분열증적'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용어까지 등장한다. 나 또한 전쟁에 반대하며, 불요불급하고 무모한 전쟁을 도발하거나 참여하는 일에 머리 깎고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낫을 쳐서 쟁기로, 칼을 쳐서 보습으로 만드는 꿈은 이사야 시대 이래 인류가 꾸어온 꿈일 뿐, 현실화했던 시기는 거의 없다. 하물며 국경 따위는 동네 울타리만도 못한 유럽의 고만고만 국가들도 아니고, 세계 4대 강국이 온갖 무기 짊어지고 주먹을 뚝뚝거리고 앉은 지역에 들어앉은 나라 혼자 칼과 창을 엿바꿔 먹으면 엿먹을 일 밖에 더 있는가?
'수권 진보'를 노래하고 서기 몇 년 집권을 호언한지도 까마득한데 아직 국회 국방위에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명함을 내민 적이 없다. 있었어도 존재감이 없었다. 집권이란 것은 권한의 장악이기도 하지만 무한책임의 현신이기도 하다. 국헌을 준수하고 국토를 보위할 역량과 깜냥이 있어야 집권이든 분권이든 할 텐데, 국방 문제에 관한 한 진보 쪽의 무대책은 실로 걱정스러울 정도다. 언젠가는 "우리가 아무리 군비증강을 해 봐야 미국 중국 일본을 당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평화쪽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들었지만 세계 역사 수천년을 라식 수술 백번을 하고 들여다본들 평화를 외치며 스스로의 가슴을 내미는 거룩한 나라나 집단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야욕을 포기하고 무기를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조선 말기 러시아 함대 뱃길 차단을 위해 거문도를 점령했던 영국처럼, 어떤 나라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해 온다면 그때 그 대사관 앞에서 촛불 시위를 할 것인가 플래쉬몹을 할 것인가.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냐고? 조선 정부도 그랬다. 그리고 제힘으로 뭘 할 수 없는 나라가 항상 하는 짓 그대로 또 다른 열강에 조정을 요청했고, 영국에게 항의했다. 영국이 거문도를 석탄 공급지로 삼아 눌러앉을 요량을 보이자 러시아가 당장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제주도를 점령하겠다."였다. 조선 정부야 있든지 말든지, 조선 인민이야 나대든지 말든지.
민주당 의원들이 뒤늦게 강정마을을 다녀온 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 해군기지를 짓겠냐면서 성토한 뒤에 덧붙이는 말을 들으며 기함할 뻔 했다. "원래대로 민군복합 기항지로 만들거나 해야지 지금처럼 해군기지로 밀어붙인다면 정부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 한 때문이다. 아니 민군복합 기항지는 구럼비 바위에 시멘트 안 바르고 건설될 수 있는가? 그 아름다운 풍광에 손해 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 아름다운 곳에 해군 기지는 문제가 되고 '민군복합 기항지'는 문제가 안되는 그런 황망한 주장이 어디 있는가. 그토록 아름다운 곳에 콘크리트를 차마 부을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찾으라든가, 이곳은 어떠냐든가, 아니면 제주도는 전략적으로 해군기지에 적합하지 않다든가 하는 말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와야 할 거 아닌가.
나는 자기네 인민에게 험악한 총과 칼에 반대하고, 다른 나라의 위협을 빌미로 제 배를 채우는 총칼을 혐오하며, 전직 참모총장짜리가 군사 정보 팔아먹는 무식하게 탐욕적인 총과 칼에 반기를 들 수 있지만, 모든 총과 칼을 낫과 보습으로 바꿔야 하며, 그것이 평화를 향한 기본적 자세라는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건 평화가 아니라 순진함이며, 또 다른 무지함의 외피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군사, 국방의 문제에 이렇게 무지하면서 집권을 꿈꾼다는 자체는 오히려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자. 말해 보자. 강정마을, 제주도에 해군 기지가 들어서면 안될 이유를 설명해 달라. 전략적으로 그곳은 부적합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해군의 발전과 성공적인 국방을 위해서 택해야 할 방안이 무엇인가를 얘기해 달라.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강정마을을 불도저로 밀 듯이 달려드는 이 정부 특유의 밀어붙이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마을을 위해서 묻는 질문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귀에 못이 박리도록 들었다. 그거 말고, 또 "미국의 기지로 쓰일 수 있다,"는 복날 가마솥에서 개 튀어 나오는 소리 말고, 좀 합리적인 답변을 원한다.
그토록 아름답다는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가 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그 외의 다른 이유를 더 듣고 싶다. 그 이유를 들은 다음에야 판단이 되겠다



덧글
잘 읽고 갑니다.
2011/08/09 21:50 #
비공개 덧글입니다.그리고 말미에 지적하신 것은 제 아킬레스 건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트라우마랄까요.
해군기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분들 이해합니다만, 총을 누군가는 들어야 하듯이 기지도 어딘가에는 건설되어야지요. 대놓고 미군기지라 해도 저는 찬성입니다. 어쩔겁니까. 일본군 기지나 중공군 기지보다는 낫지요.
정부와 군이 좀더 정직하고 성실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는데, 그걸 바라느니 안현태가 이장되기를 바라는게 더 빠른가요.
노빠에겐 노무현'도'예전에 찬성했다는 기사를 제시해주는게 가장 좋을듯.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그런 얘기를 소넷 님 블로그 어디선가에서 봤습니다.)
정권을 잡고 싶다면 그 정권으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하려는 것인지를 먼저 보여주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당→도이칠란트사회민주당(SPD).
그리고, 반대쪽중 강정마을쪽 분들은 국방에 대해서 비토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국방에 대해서 비토를 하는 외지 세력과 손을 잡음으로서, 스스로의 입지를 오히려 좁혀버렸다고 봅니다.
강정마을 분들은 환경문제등 지역현안에 집중하셨어야할텐데.....정치담론에 빠져서 어딜 하든 반대할 정치꾼들과 손잡음으로서 많은 것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안타깝습니다.
2011/08/10 16:46 #
비공개 덧글입니다.아...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하고있으면 조만간 중국에서 몽고시절에 그랬으니 평화롭게 방목하고 싶고 대승적으로 땅좀 100년 무상임대로 빌려달라고 하는걸 보고싶군요. 어떻게들 나오나 구경좀 하게 말입니다.
2011/08/10 23:16 #
비공개 덧글입니다.메이지라는 닉네임으로 남을 진보의 이적행위자로 낙인찍으시는 모습은 상당히 불편하군요.
수꼴이냥..지 대가리랑 다르면 닥치고 이적드립?...
이적?
죄송하지만 고향이 어디쇼? 북녘?
어떤 결과가 나올지 무척 궁금해 지는군요.
http://shyne911re.egloos.com/1552742
그리고 강정마을에서 찬성측은 침묵하는 정도입니다. 반대측이 목소리 크게 낸다고 많은 것이 아니죠.
사회운동가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일본인"이지 한국인이 아닌데.....
이 글에는 찬성을 할 수밖에 없군요.
공감하고, 동감합니다.
해군생활 하면서 제가 NLL에서 지켰던 "평화"와 저 진보들이 주장하는 "평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음이의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2011/08/12 20:18 #
비공개 덧글입니다.우리들이 평화롭게 살자고 해군기지도 안만들었는데
폭력 OUT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반박이 가능하고, 반대측 언론에서도 슬슬 그런 논리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해상교통로보호를 해군력증강의 이유로 써먹어왔던 해군이 앞으로 점점 난처해질 듯합니다. :)
무역선박을 해군 군함이 호송하는 방식의 해상교통로보호는, 현대에선 실현가능성이나 효용이 별로 없습니다. 소말리아 해적 정도를 상대로 선단 호송이라면 몰라도, 잠수함/항공기를 무장한 정규군이 달려들 경우에는 대책이 안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해군력증강의 명분을 삼는 것은 일본(해상자위대)이 원조인데, 이미 본토(!)에선 밑천이 다 드러났죠.
그나마, 우리나라 주변국도 해상수송에 상당히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고성능 잠수함으로 위협(너네 우리 배 건드리면 너네 배도 성치 못해...)하는 방식의 "공격(정확히 말하면 반격)이 최선의 방어"법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그럼 잠수함의 항속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남쪽에 기지를 두는 것이 좋을 터인데... 어라? :)
북이나 중국을 포함 잠재적 적국이 똑같이 군축을 한다면 또 모를까....
해군기지가 되었든 공군기지가 되었든 필요하다면 건설해야 하겠지요.
저 역시 한때 진보라는 기준이 굉장히 맘에 들었던 사람입니다만 ..
한때 가스통 들고 시위하시던 분들과 약간 오버랩되는 것 같아 씁슬합니다.
이미 일을 벌어졌고.. ㅠㅠ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요... "군비증강을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무조건적인 "무장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이건 논리적인 비약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차이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군비의 점진적인 축소를 바라고 있지만요.
아 그리고 하나 더. 강정해군기지 반대 카페에 제주해군기지를 지으면 안 되는 이유를 "군사적"으로 분석한 글이 있더라구요. 산하님이 보시기엔 만족할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글도 한 번 봐보시기 바랍니다. http://cafe.daum.net/peacekj/49kU/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