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보관용> 김류의 사과 썸데이서울 - 이런저런 얘기들

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으되 현명한 신하는 되지 못했으며 때로 강직해 보였으나 끝내는 자기 욕심에 더 민감했던 사람이었다.
.
자신을 거스르는 이들 앞에서는 그는 항상 서슬이 시퍼랬다. 법을 들먹여 사람에게 죄 주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그는 인조반정의 동료 이귀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자헌 등 광해군 시절의 주요 인물들을 심문도 없이 죽여 버린다.
.
“역적 이괄이 군사를 일으켰는데 안팎으로 연결돼 감당할 수 없는 변란이 서울에서 일어난다면 장차 어찌하겠는가. 날마다 심문만 해 대다가 반란군 방어책을 언제 세운단 말인가. 죽여 없애야 한다.” 서울 장안의 인심을 오히려 흉흉하게 만든 단호한(?) 처벌이었다.
.
문제는 이 단호함이 자신에게 껄끄러운 이들에게만 향했다는 것이다. 어느 해인가의 과거 시험에 전반적으로 부정 행위가 행해진 사실이 밝혀졌다. 원칙적으로는 시험 자체를 무효로 돌려야 할 만큼 큰일이었으나 사람들은 망설였다. 반정공신 김류의 아들 김경징이 합격자 명단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
의견을 묻는 임금에게 한 대신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정당하게 합격한 이도 있으니 (김경징이 명단에 있으니) 몽땅 낙방시키는 것은 부당할 것 같습니다. 거를 사람만 걸러야지 전체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습니다.(김경징은 떨어뜨리면 안됩니다)” 김경징은 결국 합격증을 받는다. 일부 선비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류는 “부분적으로는 부정이나 전체적으로는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변을 압박했다고 한다.
.
이렇게 아버지의 권세와 편법에 의지하여 과거 급제한 자이면 좀 겸손할 만도 하련만 김경징 역시 아버지를 나쁜 쪽으로 빼닮은 사람이었다. 공조참판 재임 시절 그는 별 것도 아닌 일로 군관을 비끄러메고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호령하며 곤장을 치다가 끝내 물고를 내고 말았다. 사람이 맞아 죽은 것이다.
하지만 김경징은 권력자의 자식. 왕은 대충 넘어가려 했는데 사헌부에서 처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김경징 처벌 수위를 논의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서 형조판서가 감옥에 갇힐 지경이었으니 김경징의 처벌은 무거울 수 없었다.
.
별 것도 아닌 일로 한 사람을 때려죽인 자의 허물은 그가 김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사람들이 일컬어 말하기를 내법남불, 즉 내가 단행하면 법, 남을 다스리면 불법이라고 통탄하였다.
.
이때 김경징의 처벌을 처음으로 주청할 당시의 사헌부의 장, 대사헌은 정엽이라는 사람이었다. 김류와 김경징 부자는 그 원한을 잊지 않았다. 정엽은 물론 정엽의 사위였던 나만갑까지도 찍어 놓고 괴롭혔다. 나만갑은 허구헌날 외직으로만 돌아야 했다. 야사에 따르면 김경징은 나만갑을 만나 “너는 털면 아무것도 안나올 줄 아느냐.”고 협박하였다고 전한다.
.
실록의 사관은 “관원의 부정을 밝히고 탄핵하였는데 일시에 외직에 보임되니 아는 이들은 모두 애석하게 여겼다.”고 통탄해 마지 않았고 김류의 인조반정 동료 이귀마저 “나만갑의 죄는 정엽의 사위라는 것 뿐입니다..... 김류는 자신이 싫어하고 원한 품은 것에 따라 사람을 모함하고 배척합니다.”라고 성토하였으나 김류 부자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
야사에 따르면 김류는 이 모든 것이 음모이며 공작이며 사실 관계는 다르나 주상 전하의 심려를 끼쳤으면 사과할 ‘의향’이 있노라 일갈하며 사과를 가져와 궁궐 개에게 던져 주었다고 한다.
.
무릇 법의 준엄함을 보이는 자는 법 앞에 스스로도 겸허해야 한다. 남에게 서릿발같던 자가 제 식솔에는 봄바람 같다면 사람들이 그를 어찌 신뢰할 것이며, 남을 징치함에 거리낌이 없던 자가 자신의 허물에는 일말의 돌아봄이 없다면 그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이랴.
.
김류는 훗날 남한산성에 들어가서도 자기가 재촉해 내려보낸 군대가 궤멸되자 엉뚱한 군관의 목을 쳐서 자신의 허물을 가렸고, 그 아들 김경징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얻은 강화도 검찰사, 즉 방어 책임자의 책임을 허무하게 팽개쳤다.
.
나라의 대신을 지내고 북인 출신이면서도 인목대비의 폐비를 목숨 걸고 반대했던 기자헌, 임진왜란의 전쟁 영웅 이시언 등 수십 명을 심문도 없이 죽여 없앴던 김류가 자기 아들의 엉터리 과거 하나 바로잡지 못했다면 어찌 그의 대의를 의심하지 않겠는가. 죄를 지었다고 치도곤을 안겨 사람을 잡았던 김경징이 자신의 죄를 주청했다는 이유로 아비의 힘을 빌어 주청자에게 복수하려 든다면 대체 곤장 하에서 죽은 이는 누구에게 그 통분함을 호소한단 말인가.
.
나라의 중책을 맡아 정승에 오른 자와 그 식솔의 법이 남에게는 무섭고 자신에게 우습다면 그 나라가 망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임금은 제 공신을 감싸고 권신은 제 권력에 취하여 자신이 휘두르는 법을 우습게 알고, 권신의 식솔은 법의 칼날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나라가 어찌 제대로 설 수 있었으랴.
.
이 참담한 모습을 개탄하며 남긴 한 선비의 시를 읊조리며 김류 부자를 한한다. 언제나처럼 작자는 미상이고 사진은 잘못 들어갔다.
.
允惜㤠噢緊人死 윤석열욱긴인사
진실로 가엾도다 근심하고 울먹이네. 형틀에 묶인 사람 명줄 놓았지.
.
安眠撤判轟長害 안면철판굉장해
편안한 잠은 글렀네 천둥같은 판결 해악은 기나길고
.
法墮令難吏頭慢 법타령난리두만
법이 무너져 영이 어지러운데 관리들 우두머리(김류를 말함)는 게을러터졌다
.
止傌淚亂多鏤大 지마누란다루대
멈춰서 욕 내뱉고 눈물 흘리네. 어지러운 일은 많고 새길 바 크도다.
.
謝過勉事寡而遲 사과면사과이지
용서를 비는 노력은 보잘것없고도 더뎌
.
疑響裏爛茂言止 의향이란무언지
의심은 속을 울리고 심란함 무성하여 말조차 나오지 않네
.
史覽須理雜殷損 사람수이잡은손
역사는 지켜보리라. 도리가 뒤섞이면 잃는 것이 많을 터
.
恣耆目睹猝樓羸 자기목도졸루리
방자한 늙은이(김류를 말함)는 지켜보리라. 별안간 그 누각 (김경징을 말함) 허물어짐을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