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06일
미안하다 연아야 ㅠㅠ
이제 대학생이고 법적 성인에 육박하는 나이이니 김연아 선수라 존대해 불러 마땅하나, 내가 첫 미팅에 성공했더라면 딸같은 나이요, 상전벽해로 그 겉모양부터 머리 속 정신세계까지 뒤바뀌긴 했으나 한 학교에 학적을 두게 된 자로서 네게 하대를 하고 이름을 부름을 용서하기 바란다.
연아야 미안하다. ㅠㅠ
성령으로 잉태한 예수도 열 달 채워 처녀 뱃속에서 알몸의 어린아이로 태어나 말밥통에 눕혀졌건만 누군가 연 닿은지 한 달만에 너를 세계 챔피언으로 낳았다고 우겨서 뭇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웃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이 대표하는 학교가 연아 너를 낳았노라 단언하는 총장님의 발언이 뉴스가 되어 나도니 그 웃음이 콧구멍으로 역류하여, 코웃음으로 땅바닥을 내리칠 뿐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 민족 고대, 막걸리 고대 따위는 역사 속에 묻고 와인 고대와 국제 고대를 지향하는, 정규직 취업률 1위를 자랑하는 고려대학교 총장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들어 본다.
"경기하는 모습이 고교생 때와 전혀 다르다는 것은 여러분도 보셔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우승은) 내가 고대정신을 팍팍 주입시킨 결과다."
고대정신으로 잉태하사 와인 고대(요즘 막걸리 고대라는 말은 거짓이거나 위선이리라) 에게서 나시고 한 달만에 챔피언에 오르시나니 하는 얼척없는 사도신경이 저절로 암송되는 부분이지만 더욱 감동적인 것은 대관절 어떻게 가르치셨길래 연아 네가 '고교생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는지의 부분에서다.
"본인이 직접 김 선수와 통화해 21세기를 살아갈 지도자는 민족정신과 개척정신, 승리에 대한 확신 등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제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의 유망주는 고대로 몰려들 것이다. 전화 한 통화로 승리의 확신과 민족 정신(이건 또 뭐야)과 개척 정신을 '팍팍 주입'받으면 환골탈태하여 세계를 발 아래 굽어 볼 것인데, "강산에 빼난 정기 온누리에 떨칠" 것인데,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총장님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니. 이러다가 네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도 현해탄을 건너와 교환학생으로 총장님의 전화 한 통에 목을 빼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나 뿐일까.
농담이 길었다.
연아야. 내가 네게 미안한 이유는 저토록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 즉 가관을 연출하시는 총장님을 스승으로 두게 됨이 아니다. 주책 부리는 영감님이야 고대가 아니라 어느 곳에도 계시는 법이니 까탈스레 시비를 거는 것도 노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내가 네게 미안한 것은 저 총장님이 네게 주입했다는 "고대 정신"이라는 것이 네게 결코 유익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더구나 최근의 고대라면 말이다.
연아야. 결론을 미리 끌어와서 말한다면 너는 절대로 이기수 총장이 이끄는 고대 학교 당국이 주입한 고대 정신을 체화해서는 안된다.
연아야. 너를 보면서 피겨 스케이팅의 룰을 많이 배웠다. 보기에는 더 환상적으로 보여도 점수가 높은 연기는 따로 있고, 몇 바퀴를 돌았냐에 따라서도 엄격하게 승패가 갈리더구나. 그 룰에서 어긋나는 선수는 결코 이길 수 없고, 그 룰을 무시하는 선수는 링크를 떠나야 하는 것이 정도이겠지. 얼음이라고는 눈 씻고 못 찾을 자메이카에서 온 선수건 스케이트 신고 학교를 가야 하는 북구에서 온 선수건 동일한 룰에서, 동일한 기준을 통해 우열을 갈라야 하는 것이 스포츠의 정신이겠지. 그러나 연아야. 너를 낳았다는 분의 고대는 그렇지 않단다.
이 대단한 고대는 대한민국 교육과학부가 아직까지는 고수하고 있는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입시 전형에서 특목고와 일반고를 양반과 상놈처럼 차별하고 입시 사정이 아닌 입시 골품제를 시행하고도 뭐가 어떠냐고 배를 내미는 학교다. 어디 그 뿐이냐.
학교 당국의 결정으로 합병한 학교의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하며 버틴 학생들에게 교수를 '감금'했다며 근신도 아니고 정학도 아닌 출교를 시켜 버렸던 이 학교는 500일이 넘는 법정 투쟁 끝에 법원으로부터 복교 명령을 받아 돌아온 학생들에게 이번엔 무기정학이라는 제재로 그 뒤통수를 쳤다.
뜬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네가 연습할 때 일본 선수들이 교묘하게 앞을 가로막으며 연습을 방해했다는데 기회 있으면 그들의 학적을 들춰 보아라. 필시 고대에 교환학생으로 왔었거나 총장님의 특강을 받았던 아이들이 분명할 게다.
그렇게 존경스럽지도 않은 선배가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동단위 교우회까지 설립되어 아무개 선배가 쏘니 와서 술마시라는 문자가 난무하는 고대의 정신이, 비리설에 휩싸인 교우회장님께 항의하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몸으로 진압하는 고대의 정신이, 제 새끼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리고 법원의 명령으로 겨우 다시 교문에 들어선 그 새끼들 앞에 철조망을 쳐 버리는 빌어먹을 학교의 정신이, 앞장서서 룰을 깨고도 반칙은 안했다고 우기고, 이기려고 반칙 좀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우기는 지독히도 자랑스런 고려대학교의 정신이 네게 무슨 도움이겠느냐.
이런 고대 정신을 팍팍 주입했다고 자랑하시는 총장님의 정신 세계는 동정의 대상일 뿐이지만 네가 그런 정신을 주입받았으며 그로 인해 고대의 자식이 되었다는 가정은 그야말로 공포와 근심의 대상이다.
연아야. 나는 네가 내 후배라는 사실이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다. 오히려 자신에게 부끄럽다. 전화 통화로 고대 정신을 주입시켜서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달라지게' 만들었으니 너를 고대가 낳았다고 주장하는 총장님이 있는 학교가 내 모교라는 게 진실로 한심하고 낯 둘 데가 없다. 내 생각하기에 너는 네 스스로 낳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빛이 된 사람이다. 그 빛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네 빛이 약간이나마 바래는 것을 참아 주기 어렵구나. 이렇게 한심한 이름을 공유하게 된 것이 나는 너에게 심히 면구스럽다. 미안하다 연아야.
연아야 미안하다. ㅠㅠ
성령으로 잉태한 예수도 열 달 채워 처녀 뱃속에서 알몸의 어린아이로 태어나 말밥통에 눕혀졌건만 누군가 연 닿은지 한 달만에 너를 세계 챔피언으로 낳았다고 우겨서 뭇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웃음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이 대표하는 학교가 연아 너를 낳았노라 단언하는 총장님의 발언이 뉴스가 되어 나도니 그 웃음이 콧구멍으로 역류하여, 코웃음으로 땅바닥을 내리칠 뿐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 민족 고대, 막걸리 고대 따위는 역사 속에 묻고 와인 고대와 국제 고대를 지향하는, 정규직 취업률 1위를 자랑하는 고려대학교 총장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들어 본다.
"경기하는 모습이 고교생 때와 전혀 다르다는 것은 여러분도 보셔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우승은) 내가 고대정신을 팍팍 주입시킨 결과다."
고대정신으로 잉태하사 와인 고대(요즘 막걸리 고대라는 말은 거짓이거나 위선이리라) 에게서 나시고 한 달만에 챔피언에 오르시나니 하는 얼척없는 사도신경이 저절로 암송되는 부분이지만 더욱 감동적인 것은 대관절 어떻게 가르치셨길래 연아 네가 '고교생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는지의 부분에서다.
"본인이 직접 김 선수와 통화해 21세기를 살아갈 지도자는 민족정신과 개척정신, 승리에 대한 확신 등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제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의 유망주는 고대로 몰려들 것이다. 전화 한 통화로 승리의 확신과 민족 정신(이건 또 뭐야)과 개척 정신을 '팍팍 주입'받으면 환골탈태하여 세계를 발 아래 굽어 볼 것인데, "강산에 빼난 정기 온누리에 떨칠" 것인데,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총장님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니. 이러다가 네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도 현해탄을 건너와 교환학생으로 총장님의 전화 한 통에 목을 빼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나 뿐일까.
농담이 길었다.
연아야. 내가 네게 미안한 이유는 저토록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 즉 가관을 연출하시는 총장님을 스승으로 두게 됨이 아니다. 주책 부리는 영감님이야 고대가 아니라 어느 곳에도 계시는 법이니 까탈스레 시비를 거는 것도 노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내가 네게 미안한 것은 저 총장님이 네게 주입했다는 "고대 정신"이라는 것이 네게 결코 유익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더구나 최근의 고대라면 말이다.
연아야. 결론을 미리 끌어와서 말한다면 너는 절대로 이기수 총장이 이끄는 고대 학교 당국이 주입한 고대 정신을 체화해서는 안된다.
연아야. 너를 보면서 피겨 스케이팅의 룰을 많이 배웠다. 보기에는 더 환상적으로 보여도 점수가 높은 연기는 따로 있고, 몇 바퀴를 돌았냐에 따라서도 엄격하게 승패가 갈리더구나. 그 룰에서 어긋나는 선수는 결코 이길 수 없고, 그 룰을 무시하는 선수는 링크를 떠나야 하는 것이 정도이겠지. 얼음이라고는 눈 씻고 못 찾을 자메이카에서 온 선수건 스케이트 신고 학교를 가야 하는 북구에서 온 선수건 동일한 룰에서, 동일한 기준을 통해 우열을 갈라야 하는 것이 스포츠의 정신이겠지. 그러나 연아야. 너를 낳았다는 분의 고대는 그렇지 않단다.
이 대단한 고대는 대한민국 교육과학부가 아직까지는 고수하고 있는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입시 전형에서 특목고와 일반고를 양반과 상놈처럼 차별하고 입시 사정이 아닌 입시 골품제를 시행하고도 뭐가 어떠냐고 배를 내미는 학교다. 어디 그 뿐이냐.
학교 당국의 결정으로 합병한 학교의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하며 버틴 학생들에게 교수를 '감금'했다며 근신도 아니고 정학도 아닌 출교를 시켜 버렸던 이 학교는 500일이 넘는 법정 투쟁 끝에 법원으로부터 복교 명령을 받아 돌아온 학생들에게 이번엔 무기정학이라는 제재로 그 뒤통수를 쳤다.
뜬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네가 연습할 때 일본 선수들이 교묘하게 앞을 가로막으며 연습을 방해했다는데 기회 있으면 그들의 학적을 들춰 보아라. 필시 고대에 교환학생으로 왔었거나 총장님의 특강을 받았던 아이들이 분명할 게다.
그렇게 존경스럽지도 않은 선배가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동단위 교우회까지 설립되어 아무개 선배가 쏘니 와서 술마시라는 문자가 난무하는 고대의 정신이, 비리설에 휩싸인 교우회장님께 항의하는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몸으로 진압하는 고대의 정신이, 제 새끼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리고 법원의 명령으로 겨우 다시 교문에 들어선 그 새끼들 앞에 철조망을 쳐 버리는 빌어먹을 학교의 정신이, 앞장서서 룰을 깨고도 반칙은 안했다고 우기고, 이기려고 반칙 좀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우기는 지독히도 자랑스런 고려대학교의 정신이 네게 무슨 도움이겠느냐.
이런 고대 정신을 팍팍 주입했다고 자랑하시는 총장님의 정신 세계는 동정의 대상일 뿐이지만 네가 그런 정신을 주입받았으며 그로 인해 고대의 자식이 되었다는 가정은 그야말로 공포와 근심의 대상이다.
연아야. 나는 네가 내 후배라는 사실이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다. 오히려 자신에게 부끄럽다. 전화 통화로 고대 정신을 주입시켜서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달라지게' 만들었으니 너를 고대가 낳았다고 주장하는 총장님이 있는 학교가 내 모교라는 게 진실로 한심하고 낯 둘 데가 없다. 내 생각하기에 너는 네 스스로 낳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빛이 된 사람이다. 그 빛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네 빛이 약간이나마 바래는 것을 참아 주기 어렵구나. 이렇게 한심한 이름을 공유하게 된 것이 나는 너에게 심히 면구스럽다. 미안하다 연아야.
# by | 2009/05/06 22:24 | 썸데이서울 - 이런저런 얘기들 | 트랙백(6) | 핑백(1)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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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대님들 수난이시네요.
제 속옷 고무줄을 걸죠..
ㅡ_ㅡb
우리나라 야성들은 체구가 작아야 맛잇다나...이것도 막장급 ㅡㅡ
(본인은 그 맛의 주체가 소리였다고 말했으니 전문을보면 ...)